메밀전병
강원도 정선 오일장에 가면/ 함백산 주목처럼 마른 할머니들이/ 부침개를 파는 골목이 있지/ 가소로운 세월이 번들거리는 불판에/ 행운처럼 얇은 메밀전을 부치고/
설움이 삭고 삭은 묵은지를/ 도마 위에 다져서/ 전병을 만들지/ 참 못생기고/ 퉁명스러운 서방이/ 이불 둘둘 말고 잠든 모양/ 한 입 씹으면/ 인생의 매콤한 맛을 느끼지/
함석지붕을 때리는 소낙비를 들으며/ 옥수수 막걸리를 마시던 친구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뒤통수만 보여주며 달아나던 처녀들도/ 간 곳 없는데/
이 땅의 하늘을 떠받친 태백산맥 아래/ 아라리 흐르는 강 사이로/ 메밀전병 부치는 할머니들은/ 고소한 기름 냄새 풍기며/ 아직 그 자리에 있지/
전윤호 시인의 <메밀전병> 전문.
<어설픈 해설>
煎餠이라, 달일 전, 떡 병이라, 쌀가루. 밀가루. 수숫가루 등을 반죽하여 기름에 부친 떡이라, 아니, 정선에선 메밀가루로 부친 떡이라, 그게 전병이라,
이 땅의 하늘을 떠받친 태백산맥 아래, 정선 아라리 흐르는 강 사이로, 메밀전병 부치는 할머니들은 고소한 기름 냄새 풍기며, 아직 그 자리에 있지요, 그렇지요.
함석지붕 때리는 소낙비를 들으며, 옥수수 막걸리를 마시던 친구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뒤통수만 보여주며 달아나던 처녀들도 간 곳 없는데, ……,
옥수수 막걸리를 마시던 친구들이나, 뒤통수만 보여주고 달아난 쳐녀들이나, 메밀전병에 전염되었나, 달아나기는 왜 달아날까, 고것 참…… 고약하~이.
설움이 삭고 삭은 묵은지를 도마 위에 다져서 전병을…… 만들지. 참 못생기고 퉁명스러운 서방이 이불 둘둘 말고 잠든 모양이라, 고것도 참 고약한 표현이라
강원도 정선 오일장에 가면, 가소로운 세월이 번들거리는 불판에, 행운처럼 얇은 메밀전을 부치고, 부침개를 파는 골목이 있지, 함백산 주목처럼 마른 할머니들이 부치는 부침개라, ……,고것도 역시 참 고약한 표현이라.
전윤호(1964~현재) 시인은 강원도 정선 출신으로 동국대학교를 졸업. 1991년 월간지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인협회 사무총장 역임하였고,
시집으로는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연애 소설』, 『사랑을 말하다』, 『나에게 주는 여행 선물』 『순수의 시대』, 『늦은 인사』, 『밤은 깊고 바다로 가는 길』 『봄날의 서재』, 『슬픔도 깊으면 힘이 세진다』, 『정선』 등과
동화로는 『캐츠』, 『작은 개 이야기』, 『한국에 온 어린 왕자』, 『울어도 괜찮아』, 『꼬박꼬박 저축은 즐거워』 등이 있음.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요즘 춘천에서 시를 쓰는 전업 작가로 살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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