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전문.
<어설픈 해설>
가정에서 어머니는 핵심 주체다.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 노래도 있다시피, 아버지는 안 계셔도 살아갈 수 있지만, 어머니는 안 계시면 살아갈 수가 없다.
아기를 낳아서 키울 때부터, 처음부터 끝까지 어머니의 역할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이다. 기저귀 갈아 채우는 것에서부터, 소소한 모든 것들이 모두 어머니의 몫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해설은 사족일 뿐이다. 시인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하긴, 후회는 사후에 하는 것이기는 하다만……,
그러니 더 어떤 해설을 덧붙이랴. ……,
비 내리는 오늘(2023년 7월 7일)은 소서(小暑)라 더위가 한창이다. 모두 건강에 유의하시길 빈다.
심순덕 시인은 1960년 강원도 평창에서 9남매 중에 막내로 출생하여 31세에 어머님이 돌아가시자. 그리움에 사무쳐 쓴 시다. 2003년 한국문인 등단. 춘천 수향시낭송회, 춘천교구 가톨릭 문우회, 춘천여성문학회. 강원도여성문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
소월문학상. 한국문인상. 춘천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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