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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청의 <쌀밥>

시평

by 웅석봉1 2023. 6. 2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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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

 

사기그릇에 수북하게 담긴 저것을/ 밥이라고, 쌀밥이라고 말씀하시네요,/ 이천 쌀밥이니, 기름지다고/ 찰지다고 말씀하시네요,/ 아버님, 어머님 평생 흘리신 땀,/

 

그 땀, 논바닥에 쌓이고 쌓여/ 벼포기를 밀어 올리셨으니/ 허리 굽히시고 밀어 올리셨으니,/ 아버님 어머님 평생이 불러온 저것이,/ 피를, 살을, 뼈를 여물게 한 저것이,/ 사람을 상머리에 둘러앉게 하는 저것이,/

 

그냥 쌀일 수 없지, 쌀밥일 수 없지,/ 피와 살과 뼈를 여물게 한 저것이,/ 지순한 마음이 마음을 불러/ 상머리에 둘러앉게 만드는 저것이/ 그냥 쌀일 순 없지, 쌀밥일 순 없지/ 사기그릇에 그득히 담긴 저것이/ 그냥 쌀밥일 순 없지,/

 

이건청 시인의 <쌀밥> 전문.

 

 

<어설픈 해설>

 

그 땀, 논바닥에 쌓이고 쌓여, 벼포기를 밀어 올리셨으니, 허리 굽히고 밀어 올리셨으니, 피와 살과 뼈를 여물게 한 저것이, 그냥 쌀일 수 없지, 쌀밥일 수 없겠지요……, 그렇겠지요. 그러하겠지요. 암요.

 

사기그릇에 수북이 담긴 그것을 밥이라고, 쌀밥이라고 말씀하시네요. 이천 쌀밥이니, 기름지다고 찰지다고 말씀하시네요. 암요, 그렇겠지요. 쌀밥이지요. 쌀밥……,

 

아버님, 어머님이 평생을 밀어 올리신 그 땅에서 그 논에서 여던 여덟 번 손과 발이 간 그것이 쌀이라네요. 그래서 쌀 미() 자가 되었다네요. ~ 생각해 보세요.

 

쌀이 그냥 나오나요, 아니죠. 흙을 갈고 부드럽게 썰어서 못자리를 만들고, 볍씨를 뿌려서, 모가 자라도록 정성을 들여, 모내기를 하지요. 모내기만 하면 그냥 크나요. 아니죠. 풀과 피를 뽑아 주어 야지요.

 

그러면 다 되나요. 아니죠. 밑거름. 웃거름도 주어야지요. 거름만 주면 되나요, 아니죠. 벼가 잘 자라도록 물고도 봐주고 논두렁도 깎아주고, 그렇게 키워서……, 나락이 되어 고개를 숙이겠죠. 고개를 숙이고 익기를 기다리겠죠.

 

이제 다 익으면 낫으로 베어야겠죠. 베기만 하면 끝인가요. 아니죠.…… 정미소에 가서 도정을 해야겠죠. 도정만 하면 끝인가요. 아니죠. 밥을 지어야죠.

 

밥을 어떻게 짓나요. 솥에 쌀을 깨끗이 씻어서 앉혀야지요, 이때 혹시 돌은 없는지 잘 살펴야죠. 그리고 불을 때어야죠. 그러면……, 맛있는 쌀밥이 되었네요.

 

~ 절차가 복잡하네요. ~ 그러면 맛있게 드시죠. 다 같이……, 하하하.

 

이건청 시인(1942~현재)은 경기도 이천 출신으로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목선들의 뱃머리>로 등단, 한국시인협회 회장과 한양대학교 교수를 역임하였고

 

고산문학대상 시부문. 현대불교문학상. 녹원문학상.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목월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목마른 자는 잠들고, 망초꽃 하나, 청동시대를 위하여, 하이에나, 코뿔소를 찾아서, 석탄 형성에 관한 관찰 기록, 푸른 말들에 관한 기억, 소금 창고에서 날아가는 노고지리, 움직이는 산,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 굴참나무 숲에서, 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다, 실라캔스를 찾아서등이 있다.

 

그리고 시선집으로 해지는 날의 짐승에게, 움직이는 산, 무당벌레가 되고 싶은 시인, 이건청 문학선집등이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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