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국수
어머니 손맛이 밴 잔치국수를 찾아/ 이즈음도 재래시장 곳곳을 뒤진다/ 굶을 때가 많았던 어린 시절/ 그릇에 담긴 국수면발과/ 가득 찬 멸치육수까지 다 마시면/
어느새 배부르고 든든한 잔치국수/ 굶어본 사람은 안다/ 잔치국수 한 그릇을 먹으면/ 잔칫집보다 넉넉하고 든든하다/ 잔치국수 한 그릇은 세상을 행복하게 한다/
갓 삶아 무쳐낸 부추나 시금치나물,/ 혹은 아무렇게나 썰어놓은 김장김치 고명 위에/ 어머니 손맛이 밴 양념장을 끼얹으면/ 젓가락에 감기는 국수면발이/ 입 안에 머물 틈도 없이/
목구멍을 즐겁게 한다/ 아직 귀가하지 않은 식구를 위해/ 대나무 소쿠리엔 밥보자기를 씌운/ 잔치국수 다발/ 양은솥에는 아직도 멸치육수가 뜨겁다/
김종해 시인의 <잔치국수> 전문.
<어설픈 해설>
굶어본 사람은 안다. 잔치국수 한 그릇을 먹으면 잔칫집보다 넉넉하고 든든하다는 그것을, 잔치국수 한 그릇은 세상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암요. 그렇지요.
갓 삶아 무쳐낸 부추나 시금치나물들을, 혹은 아무렇게나 썰어놓은 김장 김치를 고명으로, 그 위로 어머니 손맛이 밴 양념장을 끼얹으면 젓가락에 감기는 국수 면발이 입안 가득 머물며 목구멍을 즐겁게 한다.
굶을 때가 많았던 어린 시절 그릇에 담긴 국수 면발과 가득 찬 멸치육수까지 마시면 어느새 배부르고 든든한 잔치국수가 아니든가. 그것이 그립다.
때로는 아직 귀가하지 못한 식구를 위해 대나무 소쿠리엔 밥보자기를 씌운 잔치국수 다발과 양은솥에는 아직도 멸치육수가 뜨겁다. 아, 그 시절이 그립다……, 어머니가 그립다.
사실 잔치국수는 결혼식이나 생일 같은 날인 잔칫날에 먹었던 음식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밀가루가 흔해져서 잔치국수도 흔한 음식이 되었다.
우리가 흔히 노총각이나 노처녀들에게 국수 한 그릇 언제 주냐고 다그친다. 왜 빨리 결혼 안 하느냐는 뜻 아니겠는가. ……,그런 시절이 그립다.
시인은 가장 존경하는 분이 그의 어머니라고 고백했다. 어릴 때 어머니는 병든 남편을 병구완했고 어린 네 남매를 길러냈다. 삯바느질과 부산 충무동의 시장 바닥에서 떡장수. 술장수. 국수장수를 하였다고 전한다.
김종해(1941년~현재) 시인은 부산 출신으로 해동고를 다니면서 가난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취업하였으며, 1963년 《자유문학》 신인상을 수상, 1965년 《경향신문》 「내란」으로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1979년 문학세계사를 창업. 시 전문 계간지 《시인세계》도 간행하였다. 자유실천문인협회 창립발기인, 대한출판문화협회 이사. 대한시인협회 회장 역임하였고
구상문학상. 공초문학상.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한국시인협회상. 대한민국문화훈장 등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인간의 악기』, 『별똥별』, 『신의 열쇠』, 『왜 아니 오시나요』, 『항해일지』, 『천노, 일어서다』, 『바람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풀』, 『서로 사랑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봄 꿈을 꾸며』, 『눈송이는 나의 각을 지운다』, 『모두 허공이야』, 『늦저녁의 버스킹』등이 있고,
시선집으로 『누구에게나 봄날은 온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무인도를 위하여』, 『우리들의 우산』, 『어머니, 우리 어머니』가 있으며, 산문집 『시가 있으므로 세상은 따스하다』 2022년 출간하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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