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
다 큰 아들 짝지어 보내던 날// 모처럼 부모님도 오시고 정다이 한솥밥 먹던 아우들도 오시고/ 먼 사돈의 팔촌까지 다 모인 듯 마냥 북적거리던 잔칫날//
당면이 뻣뻣하던 몸에 힘을 빼고 더없는 부드러움으로/ 당근과 시금치며 눈에 보이지도 않는 양념과도 잘 어울려/ 당연히 잔칫상에 입맛을 돋우어주던 잡채//
꽃들이 손에 손잡고 영차영차 돌아오는 이 봄날/ 송홧가루처럼 하염없이 흩날리는 저 수상한 사람들도/ 잡채를 좋아하기는 할까 몰라, 아니/ 당면 문제는 그게 아닐지도 모르지//
잘 볶이고 섞인 잡채처럼/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닌/ 네 것도 내 것도 아닌/ 우리들의 어울 한마당/ 알기는 알는지 몰라!
이상호 시인의 <잡채> 전문.
<어설픈 해설>
정다이 한솥밥 먹던 아우들도 오시고, 모처럼 부모님도 모시고, 먼 사돈의 팔촌까지 다 모인 자리에서 다 큰 아들 짝지어 보내던 날, 이 기쁜 잔칫날……
뻣뻣하던 몸에 힘을 빼고 더없이 부드러운 당면에, 당근과 시금치에 온갖 양념으로 맛을 낸 잡채로, 꽃들이 손에 손잡고 영차영차 돌아오는 이 봄날에 잔칫상을 차렸다. 그런데……,
송홧가루 하염없이 흩날리는 이 봄날에 저 수상한 사람들도 잡채를 좋아하기는 할까, 아니 당면 문제는 그게 아닐지도 모르지, 암……,저 수상한 사람들, 당면 문제로 당황해 있을지도 모르지……,암요. 모르지요.
하지만……,
잘 볶이고 섞이는 잡채처럼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닌, 내 것도 아니고 네 것도 아닌, 우리들의 어울리는 한마당 알기는 알는지 모르지……암요, 모르지요. 그렇겠지요.
세상은 누구 맘대로 호락호락 되는 것도 아니지요, 둥글둥글 보기 좋게 물 흐르듯 그렇게 흘러가야 하겠지요. 암, 그러해야겠지요.
이상호(李尙鎬) 시인은 경북 상주 출생으로 한양대를 졸업하고 1982년 월간 시지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금환식』, 『그림자도 버리고』, 『시간의 자궁 속』, 『그리운 아버지』, 『휘발성』, 『마른장마』, 『웅덩이를 파다』, 『아니에요 아버지』, 『너무 아픈 것은 나를 외면한다』, 『국수로 수국 꽃을 피우기』, 등 10권의 시집을 펴냈다.
대한민국문학상. 편운문학상. 한국시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계간 시지 《시와함께》 주간으로 근무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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