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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와의 <어죽>

시평

by 웅석봉1 2023. 6. 1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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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죽

 

뼈와 살을 풀어 뭇 백성 먹이는/ 어죽을 앞에 놓고/ 부끄러워라/ 쌀 한 톨이 짊어진 무게를 모르는 혀로/ 어질어 눈물마저 안개빛처럼 뽀얀/ 살신殺身의 덕을 공으로 받아넘기려 하니/ 비속하여라/

 

식욕이 육신을 떠나지 못하고 붙드는/ 화천 강변의 저녁/ 목숨의 길은 북한강 줄기보다 길게 뻗어/ 누치 꺽지 배가사리가 산란한/ 생각의 급류를 지나/ 산천어가 방황했던 두물머리의 기억까지 휘돌아/

 

맞이하는 뜨거운 숨 한 숟가락/ 백골이 난망이어라/ 우거지 부추 버섯 된장 들깨가 깃든 맛 속/ 어디에도 물고기의 흔적은 없어/ 오로지 물씬 풍기는 건 세속에서는 먼 저쪽/ 곡운구곡* 오지의 깊고 푸른 냄새/

 

어디가 끝이런가/ 만수산 계절이 피고 지듯 물고기의 몸을 받아/ 다른 무엇의 몸으로 건너가기 위한/ 뚝배기 한 그릇의 회귀/

 

어죽 집 유리창에 붙들린 명자나무는/ 이전 누구의 장엄한 몸을 요기했기에/ 저리 붉은 꽃을 저물녘 홍등처럼 밝혀 드는가/ *곡운구곡(谷雲九曲):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의 용담리와 삼일리 등에 거쳐서 위치한 계곡.

 

이기와 시인은 <어죽> 전문.

 

 

<어설픈 해설>

 

부끄러워라. 비속하여라. 백골이 난망이어라. 어디가 끝이런가……,아서라.

 

화천 강변의 저녁에 목숨의 길은 북한강 줄기보다 길게 뻗어, 누치. 꺽지. 배가사리 등이 산란한 생각의 급류를 타고 산천어가 방황했던 두물머리의 기억까지 휘돌아 어디로 간단 말인가. ……,아서라 게 섰거라.

 

뼈와 살을 풀고 우거지 부추 버섯 된장 들깨를 부어 펄펄 끓여 뚝배기 한 그릇에 담아 화천 강변으로 모시고 가서 자리 깔고 땀 뻘뻘 흘리며 퍼먹어보자.……,아서라 게 섰거라. 강변 살자.

 

어죽 집 유리창에 붙들린 명자나무는 누구의 장엄한 몸을 탐하였기에 저리도 붉은 꽃을 저녁나절 홍등처럼 밝혀 드느냐……, 아서라, 어죽이나 먹으며 강변 살자.

 

세속을 벗어나서 곡운구곡 오지 계곡 속으로 깊고 푸른 냄새를 맡으려 길을 떠나자……, 아서라 게 섰거라. 어죽은 지금(여름)이 제철이다. 어죽이나 먹으며 강변 살자.

 

이기와(1968~현재) 시인은 28살 늦깎이로 공부를 시작하여 검정고시를 거쳐 한영 여대 문창과에 입학 본격적인 문학 공부를 시작하여 방송통신대와 중앙대 예술대학원을 졸업.

 

199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지하역)로 등단, 시집으로는 바람난 세상과의 블루스, 그녀들 비탈에 서다, 허공 춤, 여행산문집시가 있는 풍경, 비구니 산사 가는 길,

 

현재 곡운구곡(谷雲九曲)의 고장 화천에서 마음 치유를 돕기 위해 <나봄명상 예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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