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회
오직 있는 그대로/ 오직 날것의 숨결로// 우리들 오래된 밥상을 위하여/ 아낌없이 내놓고 묵묵한 야생이여// 선홍빛 살점과 하얀 과육이/ 둥근 접시의 고요를 배경으로//
섞이지 않으면서 서로 어우러지는/ 빗살무늬로 얇게 채 썰어 하나가 되는// 아무런 꾸밈이 필요 없다/ 손맛이 매운 섬세한 손끝에서/ 다만 벼린 칼날의 정직한 반복으로/ 빚어지는 서늘한 황홀의 예술//
육회를 먹으며 유케 –유케-소리를 내면/ 입안 가득히 유-쾌-한 맛이 번져 나가고// 온몸에 눈부신 물이 쑥쑥 들어/ 미각의 보름달이 차오른다, 두-둥실!
문현미 시인의 <육회> 전문.
<어설픈 해설>
오직 있는 그대로, 오직 생것의 숨결로, 우리들의 오랜 밥상을 위하여, 아낌없이 내놓은 싱싱한 야생이여, 온몸에 눈부신 물이 쑥쑥 들어, 미각의 보름달이 차오른다. 두~둥실! 옳거니 암, 그렇지……
선홍빛 살점과 하얀 과육이, 둥근 접시의 고요를 배경으로 섞이지 않으면서 서로 어우러지는 빗살무늬로 부드럽게 채 썰어 하나가 되는 육회를 먹으며 유케유케~~~소리 지른다.
아무런 꾸밈이 필요치 안나니, 손맛이 매서운 섬세한 손끝에서, 날 선 칼날의 정직한 반복으로 빚어지는 서늘한 황홀의 예술이나니……입안 가득히 유~쾌~한 맛이 번져 나가나니……그리하여 내 피가 되고 살이 되나니……
문현미(1957년~현재) 시인은 부산 출생으로 부산대졸, 독일 아현 공과대학 문학박사. 백석대학교 교수. 1998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기다림은 얼굴이 없다』, 『칼 또는 꽃』, 『수직으로 내려오는 비는 둥글다』, 『가산리 희망 발전소로 오세요』, 『아버지의 만물상 트럭』, 『그날이 멀지 않다』, 『깊고 푸른 섬』, 『바람의 뼈로 현을 켜다』, 『사랑이 돌아오는 시간』 등이 있다.
박인환문학상. 한국크리스천문학상. 시와시학상. 한유성문학상. 풀꽃문학상을 수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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