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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의 <순두부찌개>

시평

by 웅석봉1 2023. 6. 6.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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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두부찌개

 

순두부는 부드럽고 연하고 순해서/ 조금만 건드려도 부서지고 뭉개지기 쉬운 뇌 같은 것/ 마음 같은 것/ 연인의 입술이나 덜 익은 사랑 같은 것/ 그래서 처음에는 약한 불로 요리를 시작해야 하지/

 

사랑의 처음처럼 약한 불에 참기름과 고추를 볶아 고추기름을 만들고/ 다음엔 좀 진전된 사랑처럼 센 불에 돼지고기를/ 돼지고기가 없으면 쇠고기를 볶아 입맛을 두텁게 하지/ 거기에 물을 붓고 마음처럼 잘 끓으면/ 양념으로 파와 바지락을 넣고 순두부를 넣으면 되지/ 계란은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되고 요리사 맘대로/

 

소시지를 넣으면 부대 순두부찌개/ 김치를 넣으면 김치 순두부찌개/ 만두를 넣으면 만두 순두부찌개/ 버섯을 넣으면 버섯 순두부찌개/ 들깨를 넣으면 들깨 순두부찌개/ 굴이나 새우나 주꾸미를 넣으면 해물 순두부찌개/

 

사랑에 무르익은 애인처럼 부드럽고 연하고 순하여/ 다른 것과도 잘 어울리는 순두부는 입술의 맛/ 그러나 급하게 먹으면 입에 화상을 입을 수 있지/ 급한 사랑처럼/ 그래서 후후 불면서 먹어야 해/ 살갗에 불어오는 봄바람 흉내를 내며//

 

공광규의 <순두부찌개> 전문

 

(어설픈 해설)

 

~ 음식을 사람에 비유한다. 대단한 발상이다. 과연 시인의 눈은 예사롭지 않다.

 

이 시는 크게 네 단락으로 나눌 수 있겠다. 첫 단락은 순두부의 성격 같은 것이요, 두 번째 단락은 순두부의 제조 방법 같은 것이요, 세 번째 단락은 순두부의 종류 같은 것이요, 네 번째 단락은 순두부의 순정 같은 것이리라.

 

, 그럼, 순두부의 성격 같은 첫 단락을 보자. 순두부는 부드럽고 연하고 순하고 그래서 조금만 건드려도 부서지고 뭉개지기 쉬운 뇌 같은 것이요, 우리네 마음 같은 것이요, 연인의 입술 같은 것이요, 덜 익은 사랑 같은 것이니, 그러니 처음에는 약한 불로 살살 요리해야 하나니……

 

다음 단계는 순두부의 제조 방법 같은 것이니, 처음에는 사랑의 그것처럼 약한 불에 참기름과 고추를 볶아 고추기름을 만들고, 다음엔 좀 센 불에 돼지고기를 넣고 만약 돼지고기가 없다면 쇠고기를 넣고……

 

거기에 물을 붓고 양념으로 파와 바지락을 넣고, 때로는 계란도 있으면 넣고 없으면 말고 내 마음처럼 잘 끓이면 되지. 마치 엿장수 맘 대로가 아니라 요리사 맘 대로처럼……

 

세 번째 단락으로 넘어가자. 순두부의 종류를 말할 차례다. 순두부에 소시지를 넣으면 부대 순두부가 되고, 김치를 넣으면 김치 순두부가 되고, 만두를 넣으면 만두 순두부가 되고, 버섯을 넣으면 버섯 순두부가 되고, 들깨를 넣으면 들깨 순두부가 되고, 굴이나 새우. 주꾸미를 넣으면 해물 순두부가 될지니……,

 

네 번째 단락을 보자. 순두부와 사랑 이야기다. 순두부는 사랑에 무르익은 애인처럼, 부드럽고 연하고 순하며 다른 것과도 잘 어울리는 입술의 맛이요, 하지만 급하게 취하면 입에 화상을 입을 수 있겠고, 마치 급한 사랑처럼……

 

그래서 후후 불면서 천천히 먹어야 하고 마치 살갗에 불어오는 봄바람을 흉내를 내면서 천천히 삼키리라……그리하여 나의 애인이 되리라.

 

공광규 시인은 1960년 서울(돈암동)에서 태어나 충남 청양에서 자랐고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86동서문학신인문학상에 당선.

 

시집으로 대학 일기, 마른 잎 다시살아나, 지독한 불륜, 소주병, 말똥 한 덩이, 담장을 허물다, 파주에게, 서사시 금강산, 산문집으로 맑은 슬픔,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 성철 스님은 내 친구, 마음 동자, 윤동주, 흰 눈, 청양장, 담장을 허물다, 할머니의 지청구, 엄마 사슴등이 있다.

 

그리고 신라문학대상. 윤동주문학대상. 동국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김만중문학상 고양행주문학상. 디카시작품상. 신석정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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