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볶음>
자고로 힘이 떨어진 소에게/ 낙지 한 마리만 먹이면 뽈딱 일어선다 했다/ 살아 있을 때 칼로 온몸을 잘라도 한참을 꿈틀거리는/ 머리에 붙은 팔이 여덟 개라 팔팔한 낙지/ 흡반(吸盤)으로 조개를 잡아먹을 만큼 강인하면서도/ 성질은 순하고 독이 없고 그 맛은 달고/ 비늘도 없고 뼈도 없는 낙지/ 내가 알기로 낙지 중의 낙지는 역시/ 전라남도 무안 앞바다 갯뻘 속에서 숨 쉬는/ 새까만 뻘낙지, 세발낙지가 최고라/ 산낙지는 산낙지대로, 낙지전골은 전골대로 제맛이지만/ 소금으로 문질러 씻어낸 낙지와 입맛 돋는 고추장/ 다진 생강과 온갖 양념을 잘 버무려/ 자글자글 볶아낸 낙지볶음에 소주 한 잔 곁들이면/ 맛 중의 맛이요 보양 중의 보양이니/ 자고로 기운 없고 힘이 부친 사람이/ 낙지 한 마리만 먹으면 힘이 불끈 솟는다 했다//
허형만의 <낙지볶음> 전문
(어설픈 해설)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봄에는 조개가 최고고 가을에는 낙지가 최고라는 뜻이겠다. 낙지는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하여 특히나 환자나 임산부에게 좋다고 한다.
또한 낙지는 뻘 속의 산삼으로 낙지 한 마리가 인삼 한 근과 같고 그래서 자고로 힘이 떨어진 소에게 먹이면 소가 뻘떡 일어난다고 한다. 그리고 살아 있는 낙지를 칼로 온몸을 여러 토막 내어도 한참을 꿈틀거리며 죽지 않으니 그 생명력이 대단하다. 그러니 보약이 되는 것이리라.
낙지의 발(팔)이 여덟 개라 팔팔하고 흡반으로 조개를 잡아먹을 만큼 강인하면서도, 성질은 순하고 독도 없고 그 맛도 달고 비늘도 없고 뼈도 없는 낙지는 전라남도 무안 앞바다 갯뻘 속에서 숨 쉬는 새까만 뻘낙지, 세발낙지가 최고라는데……
자고로 산낙지는 산낙지대로, 낙지전골은 전골대로 제맛이지만, 소금으로 문질러 씻어낸 낙지와 입맛 돋는 고추장 다진 생강과 온갖 양념을 잘 버무려 자글자글 볶아낸 낙지볶음에 소주 한 잔 곁들이면, 그 맛이 맛 중의 맛이요 보양 중의 보양이라……
자고로 기운 없고 힘이 떨어지는 사람이 낙지 한 마리만 먹으면 힘이 불끈 솟는다고 했다. 자고로 그러하다 했나니……이만한 보약이 또 있겠는가.
허형만 시인은 1945년 전남 순천 출신으로 중앙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73년 《월간문학》에서 「예맞이」로 등단하였으며, 한국 시인협회 심의위원장. 광주전남 현대문학연구소 이사장. 국립목포대 교수 등 역임.
시집으로 『청명』 『풀잎이 하나님에게』 『모기장을 걷는다』 『입 맞추기』 『이 어둠 속에 쭈그려 앉아』 『供草』 『진달래 산천』 『풀무치는 무기가 없다』 『비 잠시 그친 뒤』 『영혼의 눈』 『첫차』 『눈먼 사랑』 『그늘이라는 말』 『불타는 얼음』 『가벼운 빗방울』 『황홀』 『四人詩集』 『바람칼』 『음성』이 있고,
시선집으로 『새벽』 『따뜻한 그리움』,이 있으며 그리고 한국 예술상. 한국시인 협회상. 펜문학상. 영랑 시문학상. 문병란 시문학상. 윤동주 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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