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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의 <산낙지>

시평

by 웅석봉1 2023. 5. 3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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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낙지>

 

 

신촌 뒷골목에서 술을 먹더라도/ 이제는 참기름에 무친 산낙지는 먹지 말자/ 낡은 플라스틱 접시 위에서/ 산낙지의 잘려진 발들이 꿈틀대는 동안/ 바다는 얼마나 서러웠겠니/ 우리가 산낙지의 다리 하나를 입에 넣어/ 우물우물거리며 씹어 먹는 동안/ 바다는 또 얼마나 많은/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겠니/ 산낙지의 죽음에도 품위가 필요하다/ 산낙지는 죽어가면서도 바다를 그리워한다/ 온몸이 토막토막 난 채로/ 산낙지가 있는 힘을 다해 꿈틀대는 것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바다의 어머니를 보려는 것이다//

 

정호승 시인의 <산낙지> 전문

 

 

<어설픈 해설>

 

이 얼마나 잔인한가! ~ 잔인한 것은 인간이어라. 군말이 필요치 않다. 하지만 인간들은 이 잔인한 짓거리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하고 있다. 그러니 이런 시가 필요하리라. ~ 이 시를 음미해보자.

 

신촌 뒷골목에서 술을 마시더라도 참기름에 무친 산낙지는 먹지를 말지 어라. 산낙지의 발들이 꿈틀대는 동안에 바다는 얼마나 서러웠겠는가. 우리가 산낙지 다리 하나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동안에 바다는 또 얼마나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겠는가. 아는가! 그대 술꾼들이여.

 

그뿐 아니다. 산낙지는 죽어가면서도 바다를 그 얼마나 그리워했겠는가. 온몸이 토막토막 난 채로 힘을 다해 꿈틀대는 것은 마지막으로 한 번만이라도 어머니인 바다를 보고 싶은 것이라는 것을……술꾼들인 그대들은 아는가.

 

~ 산낙지를 학대하지 말지 어라. 그대 술꾼들이여. 슬프고 슬프도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산낙지를 생명체로 본 것이 아니었다. 산낙지는 단순히 음식일 뿐이었다. 그래서 술꾼뿐만 아니라 산낙지를 좋아하는 국민은 오늘도 계속 산낙지를 즐겨 먹고 있겠나니……,

 

*~ 군침 당긴다. 오늘같이 꿀꿀한 날에 산낙지 한 접시에 탁배기 한잔하면 어디 덧난담……

 

정호승 시인은 1950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하여 대구에서 성장했고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하였으며,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였고 등단 50년 기념 시접인 슬픔이 택배로 왔다는 그의 열여섯 번째 시집이다.

 

대구에는 그의 문학관이 2020년에 개관하였으며 정지용 문학상. 편운문학상. 한국 가톨릭 문학상. 상화 시인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하였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인 중의 한 사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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