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
문효치
원추리꽃 필 때/ 달을 보았지// 몸이 헐어/ 꽃잎으로 내려오고 있었지// 노고단 기슭을 온통 누비다가/ 때로는 내 살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지// 그때쯤, 그때쯤/ 살 속을 돌던 달빛이 마악 익어/ 손가락 끝으로 빠져나올 그때쯤// 나는 새로 달을 만들어/ 하얀 접시 위에 올려놓고 있었지// 계수나무 아래 방아 찧는 토끼도 그려 놓았지/ 우리 엄니 얼굴도 그 틈에 새겨 새겨 넣었지// 참기름 발라 매끈매끈한 목소리로/ 지나가는 새가 노래 불렀지//
시인 문효치의 <송편> 전문
<어설픈 해설>
달을 보았지. 언제……어디에서? 노고단 기슭에서 원추리 필 때. 그때쯤 몸이 헐어 꽃잎으로 내려오고 있었지. 그때쯤 노고단 기슭을 온통 누비다가 때로는 내 살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지. 그때쯤, 그때쯤 살 속을 돌던 달빛이 마악 내 손가락 끝으로 빠져나올 그때쯤……
나는 새로 달을 만들어 하얀 접시 위에 올려놓고 있었지.
그때 계수나무도 그리고 그 아래 방아 찧는 토끼도 그려 넣고, 우리 엄니 얼굴도 새겨 넣고, 참기름 발라 매끈매끈한 목소리로 지나가는 새도 그려 넣었지. 그 새가 노래도 불렀지. 그렇지……, 그렇게 그린 것이 송편이 되었지.
옳거니. 그 송편 맛이 달 맛이었겠지. 그렇지......암, 그러하였겠지.
문효치 (1943~현재) 시인은 전북 군산 출신으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1966년 한국일보 및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 주요 작품으로는 『무령왕의 나무 새』, 『왕인의 수염』 『별박이자나방』 등을 펴냈고,
김삿갓 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한국 시인협회상. 2023년에는 대한민국 예술문화 대상 수상과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계간 『미네르바』 대표로 있는 원로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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