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
김종길
내 고향 안동에서는/ 국수를 국시라 하는데,/ 이제는 서울에도 ‘안동 칼국시’ 집들이 있다.// 국수에 칼이라는 접두사를 붙이는 것은/ 기계로 빼는 국수와 구별하기 위한 것이니,/ 칼국수는 우리의 주요한 전통적 음식.// 우리는 그것에 관한 숱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나는 어릴 적에 국수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만드는 것을 보는 것은 좋아했다.// 안반 위에서 방망이에 말려,/ 종잇장처럼 엷어진 국수를 썰면 나오던 ‘국시꼬리’./ 그것을 화롯불에 구워 먹는 것은 더욱 좋았다.// 지금 칼국수가 내게 각별한 그리움을 자아내는 것은/ 옛 시골집 안마루에서 그것을 만들던 안 어른들 때문./ 지금은 그 옛집도 그 안 어른들도 찾을 길 없기 때문.//
김종길의 <칼국수> 전문
<어설픈 해설>
시인은 칼국수에 대한 옛 고향에서의 추억을 노래한다. 칼국수는 밀가루를 반죽해서 안반 위에 펴 놓고 홍두깨로 종잇장처럼 엷게 밀어 칼로 썰어낸다. 이때 썰고 나면 남는 꼬리가 있는데 이것을 화롯불에 구워 먹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그뿐 아니라 칼국수에 관한 숱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시인은 칼국수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칼국수 만드는 장면을 보는 것은 좋아한다. 옛 시골집 안마루에서 그것을 만드는 안 어른들이 그립고, 지금은 그 옛집도 그 안 어른들도 찾을 길 없는 것이 더욱 그립다.
그런데 시의 제목은 그냥 국수가 아니고 칼국수다. 칼국수는 기계로 뺀 국수가 아니라 손으로 만든 국수다. 그러면 칼국수는 어떻게 손으로 만드는가. 우선 밀가루에 물을 적당히 붓고 밀가루와 물을 섞어서 홍두깨로 밀어 밀가루를 최대한 얇게 편다.
그런 연후에 칼로 잘게 썰어준다. 잘게 썬 밀가루 반죽을 멸치와 파, 때로는 조개를 넣고 끓은 물에 넣어 약간 뜸을 들이면 맛있는 칼국수가 된다. 참고로 칼국수는 남자들보다는 여자분들이 특히 좋아하더라. 우리 아내처럼……
국수만큼 조리법이 간단하고 먹기에도 간편한 음식도 드물다. 특히 여름이면 농부들이 새참으로 들판에서 한 입 후루룩 마시면 그만인 음식이 국수다. 씹지 않고 그냥 넘겨도 소화는 그저 그만이다.
그런데 국수를 국시라 하는 지역이 많다. 경북뿐만 아니라 부산. 경남에서도 국시라고 한다. 특히 서울 한복판에서도 이런 <안동 칼국시> 집들이 있다니 시인은 고맙기가 한량이 없겠다. 경남 출신인 나도 그렇겠다.
그런데 <자루>에 담는 밀가루로 <국수>를 만들면 <국수>가 되고, <자리>에 담은 밀가리로 <국수>를 만들면 <국시>가 된다. <국수>와 <국시>를 구별하는 우스갯소리다.
김종길(1926~ 2017) 시인은 안동 출신으로 고려대 영문과 졸업하고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으로 등단하였다. 1969년 『성탄제』, 1977년 『하희에서』, 1986년 『황사 현상』을 펴냈고 1988년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2017년 4월 1일 92세에 노환으로 별세하셨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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