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오세영
음식 나라에선/ 비빔밥이 민주국가다./ 콩나물과 시금치와 당근과 버섯과 고사리와 도라지와/ 소고기와 달걀-이 똑같이 평등하다./ 육류(肉類) 위에 채소 없고/ 채소 위에 육류 없는 그 식자재(食資材)/ 이 나라에선 모두가 밥권을 존중한다.// 음식 나라에선/ 비빔밥이 공화국이다./ 콩나물은 시금치와 당근은 고사리와/ 소고기는 콩나물과 더불어 함께 살 줄을 안다./ 육류 없이 채소 없고/ 채소 없이 육류 없는 그 공동체 조리법/ 이 나라에선 아무도 홀로 살지 않는다.// 음식 나라에선/ 비빔밥이 복지국가다./ 각자 식자재가 조금씩 양보하고,/ 각자 조미료가 조금씩 희생하여/ 다섯 가지 색과 향과 맛으로 우려내는/ 그 속 깊은 영양가./ 이 나라에선 어느 누구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 아아, 음식 나라에선/ 한국이 민주주의다./ 한국의 비빔밥이 민주주의다.//
오세영 시인의 <비빔밥> 전문.
*어설픈 해설
아아 기발한 착상이다. 식자재를 의인화하였다. 비빔밥이 민주국가요 비빔밥이 공화국이요 비빔밥이 복지국가요……, 아아 음식 나라에선 한국이 민주주의고 한국의 비빔밥이 민주주의라고 외친다.
육류 위에 채소 없고 채소 위에 육류 없노니……,그러니 이 나라는 이 아니 평등할까 그래서 이 나라는 모두가 밥의 권리(밥권)를 존중하나니.
그래서 콩나물. 시금치. 당근. 버섯. 고사리. 도라지. 소고기. 달걀이 모두가 평등하노니……, 그래서 콩나물은 시금치와 당근은 고사리와 소고기는 콩나물과 더불어 함께 살 줄을 안다고 했나니. 그래서 이 나라는 아무도 홀로 살지 않으니.
그래서 각자 식자재가 조금씩 양보하고, 각자 조미료도 조금씩 희생하여 청. 적. 황. 백. 흑의 다섯 가지 색(오색)과 동. 서. 남. 북. 중앙의 다섯 가지 맛(오방)과 목. 화. 토. 금. 수의 다섯 가지 향(오행)으로 우려내는 그 속 깊은 영양가라니……,
아아 그래서 이 나라에선 어느 누구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니. 아아 음식 나라에선 누구나 평등하리니.……아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비빔밥이여 무궁할지니……,그래서 감사할지니.
오세영(1942년~현재) 시인은 196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반란하는 빛』,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무명 연시』,『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등이 있다.
한국시인 협회상. 녹원 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만해대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서울대 교수를 역임하였다. 끝.
문효치의<송편> (1) | 2023.05.29 |
---|---|
김종길의 <칼국수> (1) | 2023.05.28 |
이왕노의 <막걸리> (1) | 2023.05.21 |
허영자의 <도다리 쑥국> (2) | 2023.05.20 |
곽재구의 <사평역에서> (3) | 2023.05.17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