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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의 <비빔밥>

시평

by 웅석봉1 2023. 5. 2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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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오세영

 

음식 나라에선/ 비빔밥이 민주국가다./ 콩나물과 시금치와 당근과 버섯과 고사리와 도라지와/ 소고기와 달걀-이 똑같이 평등하다./ 육류(肉類) 위에 채소 없고/ 채소 위에 육류 없는 그 식자재(食資材)/ 이 나라에선 모두가 밥권을 존중한다.// 음식 나라에선/ 비빔밥이 공화국이다./ 콩나물은 시금치와 당근은 고사리와/ 소고기는 콩나물과 더불어 함께 살 줄을 안다./ 육류 없이 채소 없고/ 채소 없이 육류 없는 그 공동체 조리법/ 이 나라에선 아무도 홀로 살지 않는다.// 음식 나라에선/ 비빔밥이 복지국가다./ 각자 식자재가 조금씩 양보하고,/ 각자 조미료가 조금씩 희생하여/ 다섯 가지 색과 향과 맛으로 우려내는/ 그 속 깊은 영양가./ 이 나라에선 어느 누구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 아아, 음식 나라에선/ 한국이 민주주의다./ 한국의 비빔밥이 민주주의다.//

 

오세영 시인의 <비빔밥> 전문.

 

 

*어설픈 해설

 

아아 기발한 착상이다. 식자재를 의인화하였다. 비빔밥이 민주국가요 비빔밥이 공화국이요 비빔밥이 복지국가요……, 아아 음식 나라에선 한국이 민주주의고 한국의 비빔밥이 민주주의라고 외친다.

 

육류 위에 채소 없고 채소 위에 육류 없노니……,그러니 이 나라는 이 아니 평등할까 그래서 이 나라는 모두가 밥의 권리(밥권)를 존중하나니.

 

그래서 콩나물. 시금치. 당근. 버섯. 고사리. 도라지. 소고기. 달걀이 모두가 평등하노니……, 그래서 콩나물은 시금치와 당근은 고사리와 소고기는 콩나물과 더불어 함께 살 줄을 안다고 했나니. 그래서 이 나라는 아무도 홀로 살지 않으니.

 

그래서 각자 식자재가 조금씩 양보하고, 각자 조미료도 조금씩 희생하여 청. . . . 흑의 다섯 가지 색(오색)과 동. . . . 중앙의 다섯 가지 맛(오방)과 목. . . . 수의 다섯 가지 향(오행)으로 우려내는 그 속 깊은 영양가라니……,

 

아아 그래서 이 나라에선 어느 누구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니. 아아 음식 나라에선 누구나 평등하리니.……아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비빔밥이여 무궁할지니……,그래서 감사할지니.

 

 

오세영(1942~현재) 시인은 196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반란하는 빛,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무명 연시,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등이 있다.

 

한국시인 협회상. 녹원 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만해대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서울대 교수를 역임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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