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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의 <수선화에게>

시평

by 웅석봉1 2023. 4. 3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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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호승의 시인의 <수선화> 전문

 

운동장 가 벚나무 가지 끝에 무언가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지지 않는 나뭇잎인가 했는데, 책을 보다 궁금해서 다시 보니 움직인다. 새다. 새가 나뭇잎처럼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다. 외로움의 끝, 그 절정에서 잠깐 움직인 것이다. 산그늘이 강을 건넌다. 외롭다. 나도 강가를 지나 집으로 가야겠다.

 

김용택 시인의 해설

 

김용택은 시가 내게로 왔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설은 한번 읽으면 다시 읽기는 어렵지만 시는 그렇지 않다. 읽으면 읽을수록 읽는 맛이 새롭게 생겨난다. 시를 읽는 사람의 지금의 감정과 밀접하게 작용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시의 감동은 멀리서 느리게 오나,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그래서 시다.”

 

 

*<어설픈 해설>

 

수선화를 노래한 시인은 많다. 현대 시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제주에서 유배 생활을 한 추사 김정희(1786~1856)도 시 한 수를 남기면서 수선화가 매화보다 더 고상하다고 노래했다. 여기 옮겨 본다.

 

한 점 찬 마음처럼 늘어진 둥근 꽃/ 그윽하고 담담한 기품은 냉철하고 준수하다/ 매화가 고상하다지만 뜰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맑은 물에서 진실로 해탈한 신선을 보는 구나/

 

수선화는 포근한 겨울의 꽃이다. 특히 겨울에 제주도 가면 수선화가 지천이다. 눈꽃 속에 피는 꽃이겠다. 그런데 시인은 수선화를 노래하면서 어찌하여 외롭다고 했을까? 나는 그것이 의문이다. 내가 보기엔 수선화는 외롭다기보다는 청초하고 고고한 꽃이다.

 

이런 생각이 나의 평소 수선화에 대한 의견이었다. 그런데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를 읽고 생각이 좀 바뀌었다. 아니 바뀐 게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다. 사실, 김용택의 말처럼 시의 감동은 멀리서 느리게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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