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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일의 <바람개비>

시평

by 웅석봉1 2023. 4. 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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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

                            손해일

 

바람 둑에 서서 강강한 바람을 맞는다

네 없이 내가

바람개비일 수 없지만

너를 거스르지 않고는

돌지 못하는 나의 모순

 

오오, 누가 나에게

청청한 바람을 다오

나도 한 줄기 힘찬 흐름이 되어

정녕 누군가의 바람개비를

돌리고 싶거니,

 

<약력>

-1948년 전북 남원 출생, 서울대졸. 홍익대 대학원 문학박사

-1978년 월간 <시문학> 등단. 시집 <흐르면서 머물면서> <왕인의 달>

-시문학상. 홍익문학상 수상 농협대학교수. 농민신문 편집국장 등

-한국문인협회이사. 국제PEN클럽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서초문인협회부회장. 시문학회장. 홍익문학회장 등 역임

 

 

*<고운식물원> 산언덕 위에 서 있는 손해일 시인의 시비에 새겨진 글이다.

-고운식물원- 충청남도 청양군 청양읍 식물원길 398-23. 전화 041)943-6245~6

 

*관람일 -2023329

 

맑은 봄에 집사람과 봄맞이 나들이를 하였는데 우선 보령의 <상화원>에 갔더니 마침 휴일이라 허탕을 치고 인근 청양의 <고운식물원>에 들렸다. 식물원은 작은 산 하나에 가득한데, 이름 모를 뭍 야생화는 물론이요, 개나리에 벚꽃에 복숭아꽃까지 온 산 전체가 울긋불긋하다. 걷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요, 좋은 곳이다.

 

산을 둘러보면서 봄을 즐기는데 저 산 중턱에 오르니 반가운 시비 하나가 우리를 맞는다. 시비도 반가운데 시비의 주인공을 보니 반갑기 한량없다. 익히 들어서 아는 인사라, 비석의 주인공은 손해일 시인이라.

 

손해일 시인은 농협대학 교수와 농민신문 편집국장 출신이라, 내 직장의 선배가 아닌가. 어이 반갑지 않을쏜가! 게다가 새겨진 시는 또한 얼마나 절창인가. 기쁜 마음에 여기 옮겨서 오래도록 노래하고 싶어라.

 

실제로 <바람개비>를 노래한 시인의 단정하고 깔끔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시인의 고향은 전북인데 어이하여 충청도 땅인 이곳 청양에 세워졌는지는 나는 모른다. 아마도 2003년 식물원이 개원할 때 소유주와의 인연으로 여기 세워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바람개비>의 전문은 인터넷을 뒤져보니 다음과 같았다. 여기 소개한다.

 

 

 

바람개비/손해일

 

속소리나무 숲/ 칙칙한 어둠을 따라/ 눈발 속에 날아간 당홍연// 바람독에 서서/ 강강한 바람을 맞는다/ 마파람 높새 된새/ 하늬하늬 하늬바람/ 무상한 너의 변신// 너 없이 내가/ 바람개비일 수 없지만/ 너를 거스르지 않고는/ 돌지 못하는/ 모순의 나//바람난 바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꽃물 같은 생채기만/ 혓바늘로 돋는다//머무르고 싶지만/ 바람개비/역마살// 오오, 누가 나에게/ 청청한 바람을 다오/ 나도 한 줄기 힘찬 흐름이 되어/ 정녕 누군가의 바람개비를 / 돌리고 싶거니//

 

*참고1

 

시비의 <바람개비> 첫머리에는 <바람 둑에 서서>로 새겨져 있는데 실제 시에는 <바람독에 서서>이니 아마 시비를 잘못 새긴듯하다.

 

*참고2

 

남원은 내 고향 산청과는 인접해 있을 뿐 아니라 농협에서 지역별로 출신지의 직원 수로 따져보면 그 많기가 산청과 남원이 쌍벽을 이루고 있었다. 지금은 모르지만 내가 현직에 있을 당시는 그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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