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김에 하나 더 충고하면 자네 마누라 있지. 속 썩이지 마. 내 다 알고 있어. 조석으로 너 밥 심부름한 게 몇 년째냐. 40년이 낼 모래 아닌가. 그러니 마누라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잘 해주고, 조용히 책이나 읽으면서 농사나 지어. 한 이십 년 후쯤에 너 살아온 삶을 풀어낼 자서전이나 준비하면서 말이여. 그렇게 살어!
*가만히 보니 영감이 말이 많네. 대체 당신은 누구요? 누군데 날 이래라저래라하는 거요. 나는 자유인이란 말이요. 자유인!
-자유인?
자유인 좋지. 오늘은 시간이 없어 간단히 말하겠네. 나, 능참봉이여. 수일 전에 보지 않았나? <온릉>에서 말이여. 하여간 내가 부를 때까지 조용히 수양이나 하고 있어. 자네는 그래도 내 덕 많이 본 줄이나 알어.
자네 초등 시절에 나무하러 가서, 오금지를 크게 다친 적이 있지. 그때 내가 자네 생명을 구해 주었고, 또 몇 해 전에도 골초인 자네가, 닥치는 대로 독주를 마셔대니 그 혈관이며 피가 온전하겠는가, 그때 쓰러진 너를 내가 구해 주었지. 철없는 자네는 모르겠지만, 내가 누구냐고? 선대 할애비요, 염라대왕 최측근이거든.
*뭐???
염라대왕 최측근? 선대 할애비?
할애비면 할애비 다워야지. 새파란 젊은 날, 날? 이대로, 붓 춤은커녕, 선동도 하지 말고 이대로......., 조용히~이?
-아하하 야, 주모~오! 여기 막걸리 한 통 추가요, 추가! 추가!
*못마땅한 부인 왈,
“에고, 대낮부터 한잔 걸치고 들어와서는 웬 잠꼬대야. 잠꼬대는...... 쯧쯧쯧”
2011년 여름 어느 날. (초안)
그 후 세월은 12년이나 훌쩍 지나서
다시 토끼의 해 계묘년.
2023년 1월 31일에 완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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