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송이를 다 날리고 나서……, 얼굴을 멀리 들었다. 저 아래 올망졸망한 마을이 보인다. 아득히 먼 옛날 꿈속에서 본 듯한 마을이다. 내 고향 마을이 한가롭다. 아! 고향! 내가 세상을 처음 만난 땅. 그러나 나에게는 저주의 땅. 가슴에 불기둥이 목구멍으로 솟구친다. 이곳을 떠나온 이후 한 번도 찾아본 일 없는 곳이다. 둑을 내려섰다. 내 차는 나도 모르게 고향마을 입구에 멈추었다.
사람은 외로울 땐 고향을 찾는다고 했다. 엄마나 나나 이곳은 고향이 아닐까……, 마을회관까지의 도로는 옛날과 다름이 없는 것 같다.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보는 고향이다. 갑자기 옛 시인의 노래가 생각난다. 산천은 의구한데 아는 사람은 간데없다. 아주 어린 시절이 아련하다.
뚜렷이 기억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마을회관은 생각난다. 그러나 회관은 옛날 회관이 아니었다. 다시 지은 건물이다. 건물 안엔 아무도 없었다. 오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누구를 찾아가야 할지 떠오르지 않는다. 옛날 우리 집이 머리를 스친다.
골목길을 따라서 안쪽으로 향했다. 길은 그대로다. 그러나 동네는 많이 바뀌었다. 새집들이 제법 눈에 띈다. 이쯤에서 우리 집이 있었는데……, 그러나 우리 집은 보이지 않고 대신 산뜻한 2층 슬래브 집이 우리 집터쯤에 있었다. 내가 대문 입구에서 서성이고 있을 때, 노인 한 분이 마침 그 집에서 나오고 있었다.
“누구시우?” 노인이 나에게 물었다.
“아~네, 사람을 좀 찾으려고 왔습니다. 혹시 여기에 육십 대 아주머니 한 분이 안 오셨나 하구요”
“그런 분 온 일이 없는 ~대~유”
“할아버지! 여기 사신 지가 얼마나 되셨나요?” 내가 물었다.
“아……,한 십 년은 되나 ~바~유”
나는 다소 외로움이 몰려왔다. 내가 태어난 집이 사라지다니……, 족보 잃는 인생 같다. 나는 죄송하다는 인사를 하고 발길을 돌렸다.
차 안으로 다시 돌아와 생각하니 아무래도 부족함이 밀려온다. 누군가를 만나서 엄마 이야기를 남기고 가야 할 것 같다. 혹시나……, 고모님은 아시는 분이 있지 않을까. 나는 고모님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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