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나, 종천이……, 알겠어요?”
“알지 그럼. 야, 반갑다. 어디냐? 지금”
“천안 근방입니다”
“아 그래. 그럼 나 좀 만나고 가”
나는 그가 알려주는 그의 슈퍼로 찾아갔다. 그는 기다리고 있었다. 만나 보니 아련한 얼굴이다. 짙은 눈썹과 튀어나온 이마는 그대로다. 그 외는 낯설다. 키도 크고 뱃살도 두툼하다. 그런 그는 나를 금방 알아본다. 내 전화를 받기 전에 그의 아버지로부터 내가 다녀갔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슈퍼는 부인께 맡기고 그와 나는 인근 삼겹살집으로 들어갔다. 저녁을 제대로 먹지 못하여 배가 고프다. 소주와 고기를 양 끝 먹었다. 어차피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은 또다시 생각하기로 하였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제법 하였다. 그도 우리 형과 엄마가 불쌍하다고 눈시울을 붉힌다. 나는 형이 그리워진다.
“형……, 어릴 때 우리 형은 어땠어요?”
“응, 천이는 너무 착했지. 지금 보니 너하고 많이도 닮았구나. 생각나네……. 천이는 공부도 참 잘했어. 어떨 땐 나를 가르치기도 했으니까. 난 그런 천이를 무척 좋아했지. 동생처럼 말이야.”
“친구……, 아니었어요?”
“응, 친구는 친구지. 그러나 천이는 나보다 두 살 아래였어. 어리기는 하지만 총명하고 말귀도 잘 알아들었어. 조숙했다고나 할까. 천이는 또래의 친구가 없었어. 그러니 자연 천이는 우리 또래하고만 놀았지. 내가 너의 형 죽는 날 같이 갔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는 긴 한숨과 함께 옛날을 더듬는다.
“무슨 말씀이세요. 같이 가다니요?”
“응, 그날 난, 풀 베려 같이 못 갔어. 그날 우리 집에 일이 있었지. 할머니가 몹시 아프셔서 내가 읍내 약국에 심부름갔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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