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우여곡절 끝에 중학교는 J시에서 다니게 되었다. 할머님과 함께 단칸 전세방에서 첫날밤을 보내던 그날, 나는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할머님을 부둥켜안고 잠이 들었다. 그때부터 한 달에 두 번꼴로 엄마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엄마가 J시에 계셨다.
나는 할머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 교도소 정문을 들어설 때부터 주눅이 들었다. 높은 담장과 큰 정문은 여태껏 내가 보아온 여느 건물과는 달랐다. 이어서 교도소의 철문을 통과할 때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시는 못 나오는 게 아닌가? 가슴이 콩콩 뛰었다.
그리고 드디어 엄마를 만났다. 철망을 사이에 두고 엄마의 얼굴을 보았을 때, 너무나 놀랐다. 옛날의 엄마 모습이 정말 아니었다. 내가 상상하던 엄마의 모습은, 다소 가무잡잡하기는 하지만 둥근 눈에 긴 속눈썹, 통통하고 팽팽한 얼굴, 시원하고 매끈한 코, 위엄 있는 당찬 모습이었는데 그런 엄마가 아니었다.
엄마는 밀가루 반죽처럼 흰 얼굴에 광대뼈는 복숭아씨처럼 튀어나왔고 눈동자는 힘이 빠진 인형 같은 모습으로 내 앞에 섰다. 아……,이를 어쩌나~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누가 무엇이 엄마를 이처럼 흉하고 나약한 모습으로 만들었는가. 감았던 눈을 떴다. 엄마도 멈칫 놀란다. 내가 올 줄 몰랐나 보다.
엄마가 할머님께 잠깐 화를 내셨다. 나를 왜, 데리고 왔느냐는 뜻이다. 엄마는 나를 지그시 바라보셨다. 입술을 파르르 떠시면서 그동안 잘 지냈느냐고 물으셨다. 나는 마음속으로만 울부짖었을 뿐, 울지 않으려고 이를 꽉 다물었고, 엄마를 소리 내어 부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고개만 끄떡거렸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동안 엄마는 나를 교도소로 데려오지 못하도록 할머님께 부탁하셨다. 그러나 할머님은 그런 엄마의 말을 거역하였다. 나를 J 시로 데리고 오셨고, 그 이후 엄마를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나의 중. 고등학교 생활은 그렇게 꿈처럼 행복했다.
6
부산에서 이모님과 잠깐 상봉하고 서울로 돌아와서 허전한 마음을 달래면서 모처럼 엄마께 편지를 썼다.
*보고 싶은 엄마!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23) (3) | 2023.03.31 |
---|---|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22) (1) | 2023.03.30 |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20) (1) | 2023.03.28 |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19) (1) | 2023.03.27 |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18) (1) | 2023.03.26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