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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22)

단편소설

by 웅석봉1 2023. 3. 3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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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몸으로 돌아온 엄마! 정말 축하해. 그런데 엄마와 내가 그렇게 바라던 석방인데 왜? 나를 따돌린 거야. 내가 엄마의 마음을 말해 볼까. 엄마는 나에게 짐이 되기 싫은 거지. 방 두 칸짜리 우리 집이 부담스러운 거고, 당신 며느리 눈치 보인다 이거지…….

 

또 있지. 우리를 살인자의 가족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거고……, 그거 아니야? 그러지 마! 엄마. 가족이 뭔데? 엄마는 살인자이기 이전에 우리게는 소중한 엄마야. 엄마는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

 

엄마가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 나에게 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나를 떠남으로써 나에게 큰 짐이 되고 있다는 걸 왜? 몰라! 왜냐고……,? 짐이 되고 안 되는 것은 엄마의 마음이 아니라 내 마음이기 때문이야.

 

때마침 밖엔 흰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네. 이럴 때 엄마와 내가 손잡고 밤길을 걸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 옛날 고향의 우리 집에서처럼. 눈 오는 겨울밤 엄마가 형과 나에게 고구마 구워주던 생각 안 나? 그게 부모 자식 아닌가. 그런데 엄마는 이게 뭐야? 이모님 말씀처럼 아직도 정신이 온전치 못한 거야.

 

어제와 오늘, 난 엄마 때문에 모처럼 고향에도 가고 아버지와 외할머니 산소에도 가보았어. 그리고 그곳에서 엄마를 보았어. 내가 본 엄마는 외로워 보였어. 나는 내가 외로운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엄마가 외로운 것은 참을 수가 없어.

 

엄마! 제발 부탁이야. 이 못난 아들 좀 도와줘. 엄마가 돌아오지 않으면 내가 집을 나갈 거야. 협박이 아니야. 그러니 엄마, 빨리 돌아와. 다시는 내가 이런 편지 쓰지 않도록 해줘, 알았지요. 그럼 만날 때까지 안녕!

 

2013. 1. 8. 엄마와 할머니를 기다리는 아들. 며느리. 손자 둘, 넷이서 씁니다.

 

나는 다음 날 이 편지를 내가 근무하는 일간지에 조그맣게 광고로 게재했다. 아마도 엄마는 내가 다니는 회사의 신문은 어디에선가 보실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7

 

주말이 되었다. 나는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엄마를 찾아 나서려다가, 나 혼자 가기로 마음먹었다. 혹시 우리가 집을 비운 사이 엄마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홀로 고향으로 향했다. 고향 어디엔가 엄마가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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