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19)

단편소설

by 웅석봉1 2023. 3. 27. 09:12

본문

 

나는 더 이상 물을 수가 없었다. 이모님 댁에서 점심을 먹고 서울로 오면서 회상에 잠겼다. 어린 시절이 영화 필름처럼 돌고 있다. 내가 할머님과 헤어지던 그날, 나는 달리는 버스 안에서 울지 않았다. 대신 복수의 칼을 갈았다. 그 누구에 대한 복수도 아니었다. 대상도 없는 칼질이었다. 이 세상에 대한 하소연이고 분노였다.

 

복수하려면 장군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주 오래 지나서 잠을 깨니 차가 부산에 도착하였고 사람들이 내리고 있었다. 나도 내려야 한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걸음을 옮기려 했으나 다리가 펴이지 않아 걸을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하니 다리에 쥐가 난 것이었다. 한참을 쭈그리고 있는데 이모님이 나를 끌어 내리셨다. 이모님은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면서 나에게 말했다. 너의 엄마는 큰 죄를 지은 사람이다. 그리고 반은 미친 사람이다. 엄마는 이 세상에 다시는 살아서 나올 수 없다. 그러니 너의 엄마는 하늘나라로 가신 거나 다름없다.

 

그러하니 너는 지금부터 엄마를 잊어야 한다. 너에게 이제부터 엄마는 없다. 아니지……, 이제부터 너의 엄마는 나다. 명심해야 한다. 알겠느냐? 내가 고개만 숙이고 아무 대답이 없자 이모님은 무섭게 화를 내셨다.

 

다음날 이모님은 나에게 옷과 구두를 사 주셨다. 그리고 그다음 날 나는 이모님의 손에 이끌려 학교로 갔다. 그렇게 하여 초등학교 6년의 부산 생활이 시작되었다. 이모님 댁에는 나에게 이종사촌이 되는 형 한 사람과 동생 되는 여자애 하나가 있었다. 형은 나보다 네 살 위고 여동생은 두 살 아래다.

 

지금 생각하니 이모님이 직장 생활을 하셨기 때문에 아이들의 나이 차가 났나 보다. 처음에는 우울했지만, 사촌들이 있었기에 나는 생각처럼 외롭지는 않았다. 형과 나는 한방에서 공부하고 잠잤다. 형은 나에게 자상하였다.

 

예컨대 길을 건널 때 빨간 불이 켜있으면 가면 안 된다든지, 학교에서 마루를 다닐 때 뛰지 말아야 한다든지, 선생님을 만나면 인사를 해야 한다든지 등등……, 도시와 학교생활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 형은 나의 가정교사나 같은 존재였다.

 

내가 초등학교 입학할 즈음에는 한글은 거의 깨우친 상태였다. 고향에서 형이 살아 있을 때 형과 함께 한글 공부를 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런 관계로 학교생활이나 공부에도 흥미를 잃지 않았다. 그러하니 자연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