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너는 누구냐?(4-1)

잡문

by 웅석봉1 2023. 1. 28. 10:44

본문

너는 누구냐!

 

*나요!

 

나는 연산조(燕山朝) 시절 일인지하에 만인지상인 가문의 후예요. 승자의 역사에 의하면 폭군 연산을 몰아낼 적에 그의 큰아들은 좌의정이었고 작은아들 둘은 판서요, 그의 딸은 연산의 비였고 그의 손녀딸은 진성대군(중종)의 부인이었소.

 

당시 좌의정은 반정파의 회유에 <충신은 불사이군이거늘 무슨 영화를 얻으려고 누이를 버리고 사위를 왕위에 세울 수 있단 말인가!>라며 반정을 반대한 조선 5백 년사에 길이 남을 충신이었소.

 

이어 폭도들은 연산군 내외를 내침은 물론이고 좌의정과 판서인 두 형제를 죽이고, 급기야는 중종의 원비까지 폐하였소. 그 중종의 원비가 인왕산 치마바위 전설을 만든 왕후라고 야사에도 나오는데, 혹시 아시나요?

 

그 후 우리 선조들은 2백 년이 넘도록 고개도 들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져 농사나 짓고 살았소. 그땐 하도 서럽고 힘들어서 우리 성()을 버리고 고상한 성으로 바꿀까도 생각했소. 하지만 저승 가서 조상님 얼굴 뵐 낯짝이 없어 그냥 죽은 듯이 살았다지요. 다들.

 

세월이 흘러, 성군 영조 대왕이 즉위하니, 때를 만난 지방 선비가 상소를 올렸습지요. 억울하다. 중종 원비. 복위하라! 복원하라! 글발이 대왕의 침소를 채우자 대왕도 마침 기다리던 참이라 이를 쾌히 받아들여 폐비를 복위시켰소.

 

양주고을 장흥에 쓸쓸히 버려진 원비의 능에 대왕이 직접 오셔서 <단경왕후>라는 시호를 내리고, <온릉>이라 명명하시어 중수(重修)하였지요. 그뿐입니까 대왕은 우리 가문의 충절을 기려 고금동충(古今同忠)이란 친필 현판을 하사하셨소. 가문의 절의가 고려 말 충신 정 포은(圃隱)과 같다고, 그래서 고금동충이라. 세상 한번 좋다.

 

-어허, 그래 좋아. 가문의 내력은 좀 아는구먼. 그렇다고 원비 님의 마음이 어디 가겠느냐. 원래 원도 한도 다 내려놓으신 분이라 부질없는 일이지. 그건 그렇고 자네 조부 때 집안에 대해서는 좀 알긴?

 

*조부님 요?

 

댁이 누구신지 모르지만, 우리 집안 내력 까발리려는 건가요? 지금 내 기억력 테스트하자는 겁니까? 그렇게는 못 하겠소.

 

-어허 이 사람아. 내가 자네의 집안 내력을 알아야 자네를 추천할 수 있지 않겠나. 그래야 자네가 출세할 것이고, 그게 자네가 원하는 바가 아닌가?

 

 

 

'잡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는 누구냐?(4-3)  (2) 2023.01.30
너는 누구냐?(4-2)  (4) 2023.01.29
단경왕후(3-3)  (2) 2023.01.26
단경왕후(3-2)  (2) 2023.01.25
단경왕후(3-1)  (1) 2023.01.24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