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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길 위의 풍경(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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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석봉1 2023. 1. 1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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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걸었던 올레길의 주요 포인트를 다시 보고(觀望) , 못 본 곳이 있으면 세세히 보고, 여행기에 추가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러자면 기동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승용차를 가지고 가기로 했고, 차를 가지고 가려면 <카훼리호>를 이용해야 했다.

 

육지에서 제주도로 가는 여객선 항()은 부산. 목포. 완도항 등 여러 곳이 있었지만, 제반 조건을 검토한 결과 완도항을 이용하기로 하고 예약해 두었다. 여행은 보름간으로 예상하고 떠나는 날은 20161월 세 번째 월요일로 정해졌다.

 

제주올레 마지막 여행길을 기다리며, 그해 12월을 기대 속에서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 연초의 날씨는 여전히 온화하였다. 그런데 예약 하루 전날 배가 결항이라는 연락이 왔다. 강풍과 폭설이 원인이었다.

 

그동안 날씨가 쭉 좋았는데, 출발하려고 하니 서울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고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우리가 올레 여행을 처음 가던 날도 갑자기 날씨가 좋지 못했던 기억이 있었고, 중간에서 몇 차례 그런 일이 있었다. 마지막 여행길도 역시 일기가 갑자기 불순하니 참 이상한 일이다. 어찌 이런 일이 혹, 나의 운명이던가?

 

운명(運命)이라는 말이 떠오르니 마침 운명(殞命)하신 분이 생각난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책으로 유명한 신영복(1941-2016) 교수가 타계하셨다. 영결식이 당 초 우리가 출항하기로 한 그날이다.

 

그날은 전국이 동토(凍土)였다. 바람 불고 추운 날씨였다. 사람들의 옷깃을 절로 다잡게 했다. 젊은 시절을 다 보낸 20년의 옥살이는 그에게 무엇이었을까, 이제 그의 말을 들을 수 없어 안타깝다. 운명하신 분이 나의 선배라서가 아니라 여러 재능이 아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삼가 명복을 빈다.

 

배는 수요일 오전에 출항 예정이란다. 이틀이 늘어졌다. 우리는 당일 새벽에 출발할까 하다가 일기 불순하니 미리 가자, 미리 가서 모처럼 완도의 맛이나 보자는 생각에서 화요일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섰다.

 

남해고속도로에 들어서니 눈이 내리고 길은 얼었다. 한참을 서쪽으로 달려, 보성녹차휴게소에서 조금 이른 점심을 먹었다. 제법 붐비는 휴게소를 출발하는데 눈은 계속 내렸다. 외부온도는 영하 4도를 가리킨다.

 

도로의 표시판에는 눈길이 미끄러우니 20~30% 정도로 감속 운행하라는 전광판이 붉게 깜박거린다. 시속 80km 도로에 20% 감속이면 64km를 넘지 말아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80km 이상으로 달리는 차도 가끔 보인다.

 

나는 초행길에다 군데군데 눈도 쌓여 있어 긴장되었다. 그래서 80% 감속이 아니라 50% 감속으로 걷다시피 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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