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시절을 회상하며-도 본부 검사역(檢査役) 시절(2~2)
그리고 어느 날 함안(咸安)의 모(某) 농협에 감사를 나갔는데, 감사장(鑑査場)이 없었다. 사무실이나 회의실(會議室) 어디에도 마련되지 않았다. 당시 조합장(組合長)은 이제 막 당선된 운동권(運動圈) 출신이었다.
감사장은 회의실에 마련하는 것이 상례(常例)였고, 회의실이 없는 경우는 조합장실을 감사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당시 감사는 예고 감사였다. 사전에 감사를 나간다고 통지(通知)하고 나가는 감사가 예고(豫告) 감사다.
중앙회 영업점의 경우는 불시(不時) 감사가 원칙(原則)이지만 회원농협의 감사는 예고 감사가 기본(基本)이었다. 그것은 중앙회는 사고 예방이 주목적이지만,
회원농협은 농협 자체 감사가 있기에 사고 예방(豫防)은 자체 감사가 담당하고, 문제가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징계나 변상 조치 등) 취하라는 의미에서 사후감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날 우리는 감사를 나간다고 예고(豫告)까지 했는데 감사장을 마련하지 않았다니 수감(受監)을 거부하는 게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래서 철수(撤收)할까 하는데,……, 회의실이나 조합장실은 곤란하고, 창고(倉庫)에서라도 감사장을 마련할 테니 그곳에서 하라는 것이었다.
도 본부와 협의한 결과 비어 있는 창고에서라도 감사하기로 하였다. 창고에는 농약 냄새가 나풀거렸다. 아주 찜찜하였다. 자존심(自尊心)이 상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런데 아무 사고가 없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감사 2일 차 경비를 유용(流用)한 사고가 발견되었다.
사고 내용은 출장을 가지 않고, 간 것처럼 장부(帳簿)를 허위(虛僞)로 조작하여 비용을 빼 쓴 사고였다. 발견하게 된 경위(經緯)도 묘하다. 우연히(?) 출근 상태를 확인하는 중에 직원 여러 사람이 출장도 가고 출근도 하였다. 그것도 관외(管外) 출장이었다. 말이 되지 않았다.
그 비용(費用)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는 당사자들이 입을 닫고 말을 안 하니,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유용한 경비는 환수하였고, 해당 직원과 책임자에게 주의 촉구 조치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물론 비용만 환수하고, 그냥 눈을 감을 수도 있겠지만, 조합의 처사(處事)가 부당(不當)하여 본때를 보였다고 볼 수도 있겠다. 감사의 중요성을 인식한 그 조합장은, 귀임(歸任)하는 우리에게, 도 본부에까지 와서 고맙다는 인사 겸 소주 한잔까지 함께하였다.
아마 그 조합장도 이런 허위 출장(出張) 사실은 몰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감사의 목적은 조합 직원을 혼내려는 것이 아니라 조합 재산(財産)을 보호하는 것이 주목적임을 각인(刻印)시켰다.
또 한 번은 합천(陜川)의 모(某) 농협으로 감사를 나갔다. 보통 감사를 나가면 마지막 전날 저녁에 직원들을 모아놓고 강평(講評)한다. 강평이란 미리 감사 결과에 대한 상황을 설명하고 수감(受監) 직원들과 소통(疏通)하는 자리다.
감사보고서는 서면(書面)과 현지 지도라는 두 가지가 있다. 서면보고서는 중요한 지적(指摘) 사항을 기록한 것으로 귀임하여 본부장의 결재를 득한 이후에 발송하는 것이고, 현지 지도서는 경미(輕微)한 사항으로 수반(首班)이 현지에서 수감사무소에 전달하는 감사 결과서다.
그날은 분위기(雰圍氣)가 좋았는지 저녁을 같이 먹고는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서, 옆에 있는 나이트클럽에까지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출 수 있는 곳이다. 조합이 해인사(海印寺) 부근에 있어 여름이면 관광객이 많이 모인다. 그날도 여름이었다.
검사역(檢査役)들과 농협 책임자 두어 명이 같이 자리했다. 우리도 노래 몇 곡을 신청했는데, 우리 팀의 차례가 되었다. 그때 조합 직원이 재미있게 한다고 <우리, 신 검사님을 소개합니다. 박수로 환영해 주세요>라면서 나를 소개했다.
내가 나가서 평소 18번 <청춘을 돌려다오>를 멋지게 뽑았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마침 옆자리에는 검찰청(檢察廳)에서 나온 진짜 검사 두서너 분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창원의 검찰청에서 거창지원(居昌支院)에 출장 나왔다가 이곳에서 한 잔 마신 것으로 파악되었다. 검사 앞에서 검사를, 사칭(詐稱)하였으니 큰 죄가 될지 모를 일이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은 꼴이 되어 내내 마음이 씁쓸하였다.
이후 나는 중앙본부에서 검사역(檢査役)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데 중앙본부 검사역(檢査役)과 도 본부 검사역(檢査役)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중앙본부 검사역(檢査役)보다는 도 본부 검사역(檢査役)이 더욱더 노련하고 박식(博識)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것은 회원농협의 업무가 중앙회 영업점(營業店)의 업무보다 복잡(複雜)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회원농협은 결산(決算)이란 것이 있는데 중앙회 영업점은 직접적인 결산은 중앙본부에서 처리하고 일선 영업점에서는 결산업무를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산(決算), 이해되셨나요?
이참에 농협의 불합리한 점을 나열해보면, 우선,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직선으로 선출하는데 감사는 이사회에서 호선(互選)한다면, 상호 견제 기능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조합장과 감사 모두를 조합원들의 직선(直選)으로 선출하여야 한다. 중앙회 회장과 감사(監事)도 마찬가지다.
또한, 소액(少額) 대출은 고액(高額) 대출보다 금리가 높고, 신용(信用)이 없는 고객이, 있는 고객보다 금리가 높다면, 농협, 입장에서는 당연하게 여길 수 있겠으나, 같은 조합원의, 입장에서, 보면 부당하다. 정의(正義) 실현(實現)으로 보아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시정(是正)해야 한다고 본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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