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소설 김삿갓> 226

서평

by 웅석봉1 2026. 4. 9. 09:53

본문

칼 라르손(1853~1919), 스페인 국민 화가.

 

소설 김삿갓226

 

동신편쇄주중기(動身便碎廚中器), 소수수간벽상기(搔首愁看壁上機),

홀문인가신양위(忽聞隣家神養慰), 시문반엄주여비(柴門半掩走如飛),

 

*해석하면,

 

부엌일 하려면 그릇 깨기가 일쑤요, 베 짜기가 지겨워 머리를 긁다가도,

이웃집 굿하는 소리만 들려오면, 사립문 제쳐놓고 나는 듯이 달려가네.

 

게으른 여인(女人)을 소재(素材)로 시를 읊조리다 보니,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오는 것도 별로 힘이 드는 줄 몰랐다.

 

모든, 사람들의 생활상태(生活相態)가 제각기 천태만상(千態萬象)이어서,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모두가 즐겁게만 보였던 것이었다.

 

고개를 넘어 얼마를 걸어오노라니, 어디선가 난데없는 곡성(哭聲)이 들려오고 있었다.

 

-아니, 이 산중(山中)에 웬 곡성(哭聲)인가?-

 

김삿갓은 걸음을 멈추고 곡성(哭聲)이 들려오는 곳을 찾아보았다. 곡성(哭聲)은 분명히 들려오건만 아무리 살펴보아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이 곡성(哭聲)이 어디서 들려오는 소릴까?-

 

곡성(哭聲)은 이만저만 슬프게 우는 소리가 아니다. 귀를 기울여 자세(仔細)히 들어 보니, 울음소리는 저 멀리 산골짜기에 있는 오막살이에서 들려오는 소리임이 분명(分明)하였다.

 

-울음소리(哭聲)가 저렇듯 처량(凄涼)한 것을 보면, 필연코 저 집에서는 상()을 당한 모양이로구나-

 

김삿갓은 그런 생각이 들자, 그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맘씨 좋은 김삿갓은 언젠가 어느 산골을 지나가다가, 남편상(男便喪)을 당한 청상과부(靑孀寡婦)가 정신없이 울고 있는 것을 보고, 장사(葬事)를 직접(直接) 치러 준 일이 있었다.

 

이번에도 혹시(或是) 그와 같은, 경우가 아닌가 싶어 자기도 모르게 곡성(哭聲)이 들려오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던 것이었다.

 

초가집이 가까워져 올수록 곡성(哭聲)이 요란스럽게 들린다. 그러나 그 울음소리는 여자(女子)의 목소리가 아니고 남자(男子)의 목소리였다.

 

활짝 열려 있는 방문으로 방안을 들려다 보니, 사십 세가량 되어 보이는 사나이와 오십이 넘었을 듯싶은 노파(老婆)가 시체(屍體)를 부둥켜 잡고 정신(精神)없이 울고 있었던 것이었다.

 

초상(初喪)을 당한 것만은 분명하나, 누가 죽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두 사람은 얼마나 슬프게 울어 쌓는지, 울음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저절로 솟아 나올 지경이었다.

 

김삿갓은 서슴지 않고 방안으로, 들어서며 이렇게 말을 걸었다.

<그만들 고정(苦情)하십시오, 어떤 분이 돌아가셨습니까?>

 

그러면서 방바닥에 누워 있는 시체(屍體)를 눈여겨보니, 죽은 사람은 스무 살도 채 못돼 보이는 새색시가 아닌가.

 

시체(屍體)를 부둥켜안고 울고 있던 사나이는 얼굴을 들고 김삿갓을 보더니, 눈물 콧물을 흘려 가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넋두리를, 하는 것이었다.

 

<시집온 지 열흘도 못 된 내 색시가 죽었다~,……, 사십이 넘어 가까스로 장가를 들었는데, 새색시가 죽었으니, 이를 어쩌면 좋~!>

 

말만 들어도 가슴이 터져 올 노릇이었다.

<? 시집온 지 열흘도 못 된, 새색시가 죽었다~~?>

 

김삿갓은 자기도 모르게 사나이의 말을 되씹어 대었다. 인생무상(人生無常)이니, 인생(人生)을 초로(草露)와 같다느니 하는 말을 흔히 써오기는 하지만, 이처럼 허무(虛無)한 죽음이 어디 있으랴 싶었던, 것이다.

 

사십이 넘도록 더벅머리 숫총각으로 지내다가 가까스로 얻어 온 새색시가 죽었더니, 사나이의 애통(哀痛)한 심정(心情)은 짐작(斟酌)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렇다면 시체(屍體)를 부둥켜안고 통곡(慟哭)하는 노파(老婆)는 장모(丈母)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이러나저러나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서 돌아올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무슨 병()으로 언제 돌아가셨소이까?>

 

사나이는 또다시 시체(屍體)를 부둥켜안고 울면서 대답한다.

<사흘 전에 저녁밥까지 잘 먹었는데, 한잠 자고 나서 깨어 보니 죽었더란 말이오, 여보시오, 사람이 죽어도 그렇게 허무(虛無)하게 죽을 수가 어디 있단 말이오,>

 

정비석(鄭飛石) 풍류소설(風流小說) 소설 김삿갓(2), 240~242-계속-(226),

 

 

'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김삿갓> 227  (2) 2026.04.10
<소설 김삿갓> 225  (3) 2026.04.08
<소설 김삿갓> 224  (1) 2026.04.07
<소설 김삿갓> 223  (2) 2026.04.05
<소설 김삿갓> 222  (2) 2026.04.04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