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김삿갓》 225
마누라장이가 콧방귀를 뀌듯 씨 부린다.
<뱃속(腹內)에 들어가면 모두가 마찬가지라~우, 귀찮게 시리 맷돌질을 누구더러 하라는 거예요>
김삿갓은 옆에서 듣기가 거북스러워 얼른 너스레를, 쳐 보였다.
<이렇게 옥수수알을 통째로 지은 밥을 처음 먹어 보아서 그런지, 맛이 매우 구수하군요, 이런 밥은 일종의 별미(別味)라고 볼 수 있겠는걸요,>
말할 것도 없이 그 말은 주인(主人) 마누라가 무안(無顔)해할까 봐 임시방편(臨時方便)으로 꾸며댄 말이었다. 그러나 마누라장이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사뭇 자랑스럽게 여기며, 남편(男便)을 이렇게 나무라는 것이었다.
<그것 봐요, 손님은 별미(別味) 같아서 맛이 아주 좋다고 하는데, 당신은 웬 타박이 그렇게도 많~수!>
<……,>
남편은 입맛이 쓴지 숫제 대답(對答)이 없었다. 마침, 그때 어디선가 쾡창쾡창! 하고 징을 울리는 소리가 바람결에 풍겨 오고 있었다.
마누라는 그 소리를 듣자 별안간 얼굴에 생기가 돌며 중얼거린다.
<어마! 누가 굿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
남편(男便)이 대답한다. <선바윗골(立岩谷) 김 서방(書房)네가 오늘 밤(夜) 굿을 한다는 거야,>
마누라는 그 소리를 듣자, 별안간 큰일이 난 것처럼 젖먹이를, 뒤집어엎기가 무섭게 밖으로 달려 나가며, 남편(男便)에게 한마디 내던진다.
<여보! 나 굿 구경 가는 길이니, 그리 알아요,>
마누라장이는 굿 구경이라면 사족(四足)을 못 쓰는 모양이었다. 주인(主人) 사내는 김삿갓 보기가 거북스러운지 혼잣말로 투덜거린다.
<저 여편네는 성질(性質)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굿 구경이라면 저렇게도 미칠까?>
김삿갓은 잠자코 있기가 민망(憫惘)스러워 이렇게 너스레를 놓았다.
<이런 산중(山中)에 살다 보면, 굿 구경 이외에 무슨 구경거리가 있겠소이까, 굿 구경은 신바람이 나는 구경이라오,>
그러자 주인(主人) 사나이가 고개를 힘차게 가로 흔든다.
<우리 집 여편네는 굿 구경이라면 숫제 미쳐 버리는 거예요, 언젠가는 시집온 지 일 년도 채 못돼, 장에 나갔다가 남의 집 굿 구경을 하느라고 사흘 동안이나 집에 돌아오지 않은 일도 있는걸요,>
김삿갓은 그 소리를 듣고 소리를 크게 내어 웃었다.
<하하하, 새색시가 장에 나가 사흘씩이나 돌아오지 않았다면, 도망(逃亡)을 친 게 아닌가 싶어 크게 걱정을, 하셨겠~구~료,>
<아닌 게, 아니라, 도망(逃亡)을 간 줄 알고 나는 사흘 밤을 꼬박 뜬눈으로 새웠다오, 지금도 굿 구경을 갔으니까, 필연코 오늘 밤(夜) 안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하하하! 얘기 어머니가 굿 구경을 갔다 하면 그날 밤(夜)에는 돌아오지 않을 줄 알고 지레, 체념(諦念)을 하는~구료,>
김삿갓은 너털웃음을 웃어 보이기는 하면서도, 설마 밤(夜)을, 세워가며 굿 구경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밤(夜)이 지나고 아침이 되어도 주인(主人) 여편네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어 조반(朝飯)을 주인(主人)이 직접 지었는데, 밥도 밥이려니와 반찬(飯饌)도 어제저녁보다는 훨씬 풍부(豐富)하였다.
김삿갓은 조반(朝飯)을 얻어먹고 주인(主人) 마누라는 만나 보지도 못한 채 길을 떠났다. 그리하여 ’게으른 여인(惰婦, 타부)이라는 제목(題目)으로 다음과 같은 시를 한 수 지었다.
무병무우세욕희(無病無憂洗浴稀), 십년유착가시의(十年猶着嫁時衣),
유연보아모오수(乳連褓兒謨午睡), 수습군슬애첨휘(手拾裙虱愛簷暉),
*해석하면,
병도 근심도 없고 목욕 빨래도 안 하여, 십 년 전 시집올 때 옷을 그냥 입고 있네,
어린 것 젖 물리고 낮잠 자기가 일이요, 속바지 이 잡느라 햇볕만 좋아하네.
《정비석(鄭飛石) 풍류소설(風流小說) 《소설 김삿갓》 (제2권), 237쪽~240쪽-계속-(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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