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김삿갓》 222
그렇다고 총재산(總財産)이나 다름없는 송아지(幼牛)를 죽여 버린 사람더러 변상(辨償)을 한 푼도 받지 말라고 말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김삿갓이 걱정하는 점은 바로 그 점이었다. 두 사람 모두가 섭섭하지 않도록 원만(圓滿)하게 해결(解決)해 줌으로써 다정(多情)하게 살아가도록 만들어 주고 싶지만, 그런 묘안(妙案)이 얼른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하여 김삿갓은 오랫동안 심사숙고(深思熟考)하다가, 문득 두 사람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다.
<이 마을(村)은 어느 고을(村)에 소속(所屬)되어 있는 마을(村)이오?>
그러자 송아지(幼牛)의 주인이 대답한다.
<이 개울은 통천(通川) 고을과 회양(淮陽) 고을의 경계선(境界線)으로 되어 있어서 나는 회양(淮陽) 고을 사람이고, 저 친구는 통천(通川) 고을 사람이라우, 별안간 그건 왜 물어보시오?>
김삿갓은 그 대답(對答)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그렇다면 마침 잘 되었소, 회양(淮陽) 고을의 사또는 나와 막역(莫逆)한 친구(親舊)요, 내가 회양(淮陽) 고을 사또에게 편지를 내어, 송아지(幼牛) 값을 사또께서 관비(官費)로 갚아 주도록 하리라,>
그리고 이번에는 황소(黃牛) 주인(主人)을 돌아다보며, 이렇게 다짐을 받았다.
<송아지(幼牛)를 죽인 자는 당신네 황소(黃牛)니까, 경우(境遇)대로 따지자면 송아지(幼牛) 값은 응당 당신이 물어 줘야 옳을 일이오, 그러나 소(牛)가 저희끼리 싸우다가 그렇게 된 일이어서, 당신이 송아지(幼牛) 값을 물어 주기가 억울할 것은 충분(充分)히 짐작이 가요, 그래서 두 사람 모두 억울함이 없도록 원만(圓滿)하게 해결해 주도록 하리다, 그렇게만 해 주면 두 집안이 전(前)과 다름없이 원만(圓滿)하게 살아갈 수 있겠소? 거기에 대한 확실(確實)한 대답(對答)을 받아야만 원만(圓滿)하게 해결해 주겠소,>
김삿갓은 은근히 협박조(脅迫條)로 나왔다.
황소(黃牛) 주인(主人)은 김삿갓이 회양(淮陽) 군수(郡守)와 친구(親舊)라는 말을 듣고 나더니 겁(怯)에 질렸는지, 허리를 새삼스럽게 굽실거리며 대답(對答)한다.
<어르신네께서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소인(小人)이 어찌 감히 불평(不平)을 말할 수 있으오리까, 그러잖아도 저 사람하고 저하고는 오늘날까지 친형제(親兄弟)처럼 가깝게 지내 오는 사이랍니다,>
송아지(幼牛) 임자도 역시 김삿갓에게 허리를 굽실거리며,
<어르신네께서 그렇게 주선(周旋)해 주신다면 그 은혜(恩惠)는 백골난망(白骨難忘)이겠사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방(房)에 들어가, 회양(淮陽) 군수(郡守)에게 편지(便紙)를 쓰기로 합시다.>
김삿갓은 두 사람을 송아지(幼牛) 임자 집으로 데리고 들어와 우선 회양(淮陽) 군수(郡守) 앞으로 보내는 다음과 같은 고소장(告訴狀)을 쓰기 시작하였다.
독가소장(犢價訴狀)
사량칠전지독(四兩七錢之犢), 방어청산록수(放於靑山綠水)
양어청산록수(養於靑山綠水), 인가포태지우(隣家飽太之牛),
용기각어차독(用基角於此犢), 여지하즉가호(如之何卽可乎).
*송아지값 고소장*
넉 냥 일곱 돈짜리 송아지를, 푸른 산 맑은 물가에 놓아, 청산 녹수와 함께 길러 왔는데, 이웃집 커다란 황소가, 그 송아지를 뿔로 박아 죽였으니, 이 일을 어찌했으면 좋겠소이까?
김삿갓은 익살스럽기 짝이 없는 고소장(告訴狀)을 일단 써놓고 나서, 이번에는 사또에게 보내는 사신(私信)을 별도로 이렇게 써주었다.
*이범호(李凡鎬) 사또 존하(尊下)
전일은 과분한 대접(待接)을 받아 오다가 인사(人事)도 없이 떠나 버린 무례(無禮)를 용서하소서. 마침, 회양(淮陽) 산중을 지나다가 별첨(別添)과 같은 소송 사건을 만났으나 쌍방이 모두 궁핍(窮乏)하기 이를 데 없으니, 사또께서는 각별(各別)이 은총을 베푸시와, 교제창(交濟倉)에 비축(備蓄)되어 있는 구황금(救荒金) 중에서 송아지(幼牛) 값을 사또께서 지불(支拂)해 주시면 어떠하올는지요,
그러면 금 후에는 두 집이 더욱 화목(和睦)하게 지낼 것 같사오니, 사또께서는 인덕(人德)을 베풀어 주소서, 김삿갓의 특청(特請)이옵나이다. 김삿갓 올림.
김삿갓은 고소장(告訴狀)과 사신(私信)을 두 사람에게 내밀어 주며 이렇게 말했다.
《정비석(鄭飛石) 풍류소설(風流小說) 《소설 김삿갓》 (제2권), 231쪽~233쪽-계속-(222),
| <소설 김삿갓> 224 (1) | 2026.04.07 |
|---|---|
| <소설 김삿갓> 223 (2) | 2026.04.05 |
| <소설 김삿갓> 221 (2) | 2026.04.03 |
| <소설 김삿갓> 220 (1) | 2026.04.01 |
| <소설 김삿갓> 219 (1) | 2026.03.31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