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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김삿갓> 217

서평

by 웅석봉1 2026. 3. 2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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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르손(1853~1919), 스웨덴 국민화가.

 

소설 김삿갓217

 

<농사(農事)? ……, 그건 그렇지, 그러나 봄()에 보리()와 감자와 호박 같은 것을 몇 가지만 심어 놓으면, 식생활(食生活)은 그것으로 해결(解決)할 수 있어요, 우리 두 늙은이가 나이()는 많아도 보리()나 감자나 호박 같은 것을, 심을 기력(氣力)은 아직도 남아 있거든,>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무리 그렇기로, 일 년 열두 달() 보리밥(麥飯)과 감자와 호박죽만 먹고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 아닙니까?>

 

그러자 영감(令監)님은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먹고 살아가는 것이 어찌 보리()와 호박뿐일~라구!>

 

<호박과 감자와 보리농사(麥 農事)만 지으신다면서 그 이외에 또 뭐가 자실 것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김삿갓은 궁금한 생각에서 노인(老人)에게 구체적(具體的)으로 캐어물었다. 그러자 노인(老人)은 머리를 가로저으며 이렇게 말한다.

 

<산짐승이나 들짐승들이 농사(農事)를 짓지 않는다고 굶어 죽었다는 소리를 들어 본 일이 있는가? 모든, 동물(動物)들은 농사(農事)를 짓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야, 그것은 대자연(大自然)의 섭리(攝理),>

 

하기야 듣고 보면 그렇기도 하였다. 호랑이()나 곰()이나 멧돼지(山豚)나 노루 같은 산짐승들은 말할 것도 없고, 기러기나 오리나 제비나 참새 같은 날짐승들이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해서 굶어 죽었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짐승들은 그것들 나름대로, 초식(草食) 동물(動物)은 풀()을 먹고 살아가고, 육식(肉食) 동물(動物)은 서로 간에 약육강식(弱肉强食)하면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동물(動物)처럼 풀()만 먹고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며, 그렇다고 동물(動物)만 잡아먹고 살아갈 수도 없는 일이 아니던가.

 

<동물(動物)들은 풀()을 뜯어 먹거나 혹은 저희 들끼리 잡아먹고 살아가지만, 사람은 농사(農事)를 지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노인(老人)은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으며 이렇게 대답(對答)한다.

 

<먹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사람도 동물(動物)과 다를 바가 없어요, ()에는 냉이, 달래, 더덕, 두릅, 고사리, 도라지 같은 산채(山菜)가 얼마든지 많으니까, 푸성귀 그런 것만 캐어 먹어도 족하고, 가을()에 과실(果實) 같은 것도 계절 따라 살구, 복숭아, 앵두, 오디, 개암, , , , 머루, 다래 같은 것도 얼마든지 많은데 먹을 것이 왜 없겠느냐 말이야,>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형용(形容)하기 어려운 감동(感動), 느꼈다. 사람은 남보다 잘 먹고 잘살아가려는 욕심(慾心) 때문에 몸도 바쁘고 마음이 복잡(複雜)해지게 되는 법()이다. 인간 사회(人間事會)의 모든 분쟁(紛爭)은 그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지금 눈앞의 노인(老人)처럼 모든 욕망(欲望)을 일체(一切) 청산(淸算)해 버리고 오로지 천지자연(天地自然)에 순응(順應)해 가면서 천지자연(天地自然)과 더불어 살아간다면 거기에는 인간적(人間的)인 근심(謹審) 걱정 같은 것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순전히 그런 식()으로 살아간다면, 동물(動物)과 사람()과의 구별(區別)이 전연(全然) 없을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면 두 분은 길짐승이나 날짐승들과 똑같은 생활(生活)을 해오고 계시다는 말씀입니까?>

 

노인은 웃으면서 대답(對答)한다.

 

<겉으로만 보아 가지고는 우리 두 늙은이도 동물(動物)과 다름없다고 보여 질 거야, 그러나 내용(內容)을 알고 보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에요, 사람은 만물(萬物)의 영장(靈長)이거든, 만물(萬物)의 영장(靈長)인 사람이 동물(動物)과 똑같을 수는 없는 일이지,>

 

<두 분의 생활(生活)은 어떤 점이 동물(動物)과 다르다는 말씀입니까?>

 

김삿갓은 실례(失禮)가 되는 줄 알면서도 눈 딱 감고 물어, 보았다. 만약 길거리에서 누군가를 붙잡고 당신 생활(生活)은 동물(動物)의 생활(生活)과 다른 점이 뭐요?’하고 물어, 보았다면, 열이면 열 사람()이 모두다 그런 모욕적(侮辱的)인 질문(質問)이 어디 있느냐?’라고 크게 분노(忿怒)할 것이다.

 

그러나 해골(骸骨) 같은 노인(老人)은 김삿갓의 질문(質問)을 받고 언짢아하는 기색(氣色)은 추호(秋毫)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가벼운 미소(微笑)를 머금고 이렇게 대답(對答)하는 것이었다.

 

<동물(動物)과 사람이 근본적(根本的)으로 다른 점은 마음()이 있고 없는 데 있는 것이오, 똑같은 풀(), 뜯어먹어도 동물은 천지자연(天地自然)의 추이(推移)를 인식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본능적(本能的)으로 풀(), 뜯어먹을 뿐이지 천지자연(天地自然)의 즐거움(, )이라는 것을 몰라요, 그러나 사람은 마음()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똑같은 풀(), 뜯어먹더라도 거기에 천지자연(天地自然)과 운행(運行)을 같이한다는 즐거움(, )을 느낄 수가 있어요, 그 점이 바로 동물(動物)과 사람이 근본적(根本的)으로 다르다는 점일 것이야,>

 

정비석(鄭飛石) 풍류소설(風流小說) 소설 김삿갓(2), 218~220-계속-(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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