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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김삿갓> 212

서평

by 웅석봉1 2026. 3. 2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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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 베르니니(1598~1680), 이탈리아의 조각가, 화가, 건축가.

 

소설 김삿갓212

 

사또는 그 말을 듣고 호통(號筒)을 친다.

<에끼 이 못난 놈아! 여편네가 바람을 피우면 가랑이를 찢어 놓을 일이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 그냥 내버려두었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 계집 하나도 휘어잡지 못하는 주제에, 관가(官家)에 고발(告發)은 왜 했느냐?>

 

<아무리 그러지 말라고 타일러도 말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또 전(殿)에 호소(呼訴)하게 된 것이 옵니다, 사또 어른께서는 소인(小人)의 안타까운 심정(心情)을 굽어, 살펴주시어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해주시옵소서,>

 

말만 들어도 처량(凄涼)하기 짝이 없는 호소(呼訴). 세상에는 엄처시하(嚴妻侍下)가 많다는 소리를 들어오기는 했다만, 이렇게도 못난 사내가 있을 줄은 미처 몰랐었던, 것이다.

 

사또는 계집의 행실(行實)이 생각할수록 괘씸하게 여겨져서 이번에는 계집을 굽어보며 준엄(峻嚴)하게 말한다.

 

<죄수(罪囚)는 듣거~!, 너도 지금 들은 바와 같이, 네 남편은 네가 외간(外間) 남자(男子)와 통정(通情)하는 것을 허락(許諾)해 준 일이 한 번도 없었노라고 하지 않느냐, 남편(男便)의 허락(許諾)도 없이 외간(外間) 남자(男子)와 통정(通情)한 것은, 용서(容恕)할 수 없는 죄악(罪惡)임이 분명(分明)하다, 그럼에도 아직도 네 죄()를 깨닫지 못하겠느냐,>

 

그러나 계집은 성품(性品)이 워낙 악독(惡毒)한지라 사또의 호령(號令)에도 굽어들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는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얼굴을 들더니 사또를 말끄러미 올려다보며 말한다.

 

<매우 외람(猥濫)된 말씀이오나 사또 전(殿)에 한 말씀 물어 보고 싶은 말씀이 있사옵니다>

<뭐가 알고 싶다는 것이냐? 어서 말해 보아라!>

 

그러자 여인은 요망(妖妄)스럽게도 따지듯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쇤네는 내 몸에 달려 있는 내 물건을 가지고 내 맘대로 하고 있을 뿐이 옵니다, 그런데 사또 어른의 말씀을 도무지 이해(理解)할 수가 없사옵니다,>

 

이에 사또는 분노(忿怒)가 폭발(爆發)하여 벼락같은 소리를 지른다.

<이 계집 아! 아가리 닥쳐라! 그것은 네 남편(男便)의 소유물(所有物)이지, 그것이 어째서 네 물건(物件)이란 말이냐,> *으하하!

 

사또와 죄수(罪囚)그 물건에 대한 소유권(所有權) 문제로 언쟁(言爭)이 벌어지는 바람에 김삿갓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사또가 아무리 윽박질러도 죄수(罪囚)는 기()가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 그녀는 사또를 올려다보며 다시 이렇게 물고 늘어지는 것이었다.

 

<남편이 우리 집의 가장(家長)인 것은 사실(事實)이 옵니다, 그렇다고 쇤네가 지니고 있는 모든 물건(物件)이 모두 다 남편(男便)의 소유물(所有物)일 수는 없사옵니다, 쇤네의 몸에 달려 있는 그 물건(物件)은 어디까지나 쇤네의 소유물(所有物)이옵는데, 쇤네의 물건(物件)을 가지고 쇤네가 맘대로 하는 것이, 어째서 죄()가 된다는 말씀이 시 옵니까,>

 

도대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자기 몸에 달려 있는 물건(物件)이라고 해서 남편(男便)을 무시(無視)하고 그 물건을 맘대로 사용한다면,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발바닥처럼 무지막지(無知莫知)한 계집을 삼강오륜(三綱五倫)으로 타일러보았자 들어먹을 것 같지가 않았다.

 

김삿갓은 매우 흥미(興味)롭게 여겨져서 웃음을 삼켜 가며 사또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말재주를 부려 가며 호들갑을 떠는 계집에게는 이쪽에서도 말재주로써 끽소리를 못 하게 만들어 버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사또가 과연(果然) 어떻게 나올까 무척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사또 이범호(李凡鎬)는 말문이 막혀 버렸는지, 한동안은 몹시 곤혹(困惑)스러운 표정(表情)으로 저 멀리 마당만 내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별안간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손을 들어 마당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외친다.


<여봐라! 너는 얼굴을 들어 저기 기어가는 짐승을 보아라, 저게 무슨 짐승이냐?>

여인(女人)이 얼굴을 들어 바라보니, 쥐 한 마리가 마당 한복판을 살랑살랑 기어가고 있었다.

 

<저 짐승은 쥐가 아니 옵니까,>

<그렇다! 저 짐승은 네 말대로 틀림없는 쥐로다,>

 

사또는 여인(女人)의 대답(對答)에 일단 못을 박아 놓고 나서, 이번에는 쉬이하고 쥐를, 좇아 보였다. 그러자 쥐란 놈은 기급(氣急)을 하게 놀라 자기 구멍으로 쏜살같이 들어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보고 사또는 죄수(罪囚)에게 다시 묻는다.

<쥐가 지금 어디로 들어갔느냐?>

 

<제 구멍으로 들어갔사옵니다,>

<제 구멍이라니! 제 구멍이란 어떤 구멍을 말하는 것이냐?>

 

정비석(鄭飛石) 풍류소설(風流小說) 소설 김삿갓(2), 205~208-계속-(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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