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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김삿갓> 209

서평

by 웅석봉1 2026. 3. 1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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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몬 카사스(1866~1932), 스페인 화가.

 

소설 김삿갓209

 

방청객(傍聽客)들은 저희끼리 죽일 년, 살릴 년하고 욕설(辱說)을 퍼붓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사또의 지혜(智慧)로움에 새삼 감탄(感歎)을 마지않았다.

 

<우리 고을 사또님이야말로 천고(天故)에 없는 명관(名官)이시다,>

하고 노골적(露骨的)으로 칭찬(稱讚)하기도 하였다. 이에 사또는 자신(自信)을 가지고 다음과 같은 최후(最後)의 판결(判決)을 내렸다.

 

<여봐라! 저런 계집년은 꼴도 보기 싫다! 저년을 끌어내어 당장 처단(處斷)해 버려라!>

 

회양(淮陽) 군수(郡守) 이범호(李凡鎬)가 백성들로부터 천고에 없는 명관(名官)’이라는 칭송(稱頌)을 듣게 된 것은, 김삿갓의 덕택(德澤)이었음은 새삼스레 말할 것도 없었다.

 

이범호(李凡鎬)가 최후(最後)의 판결(判決)을 내리고 관사(官舍)로 돌아오니, 김삿갓은 어느새 먼저 돌아와 기다리고 있다가,

 

<사또께서 오늘은 명판결(名判決)을 내리시느라고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라고 말하며 사또를 반갑게 맞아 주는 것이 아닌가.

 

이범호(李凡鎬)는 김삿갓에게 큰절을 올리며 말한다.

 

<제가 백성(百姓)들로부터 과분(過分)한 칭송(稱頌)을 듣게 된 것은 오로지 선생(先生)의 덕분(德分)이었습니다, 선생(先生)이 안 계셨더라면 제가 이 사건(事件)을 어떻게 처리(處理)했을까, 그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해 올 지경입니다,>

 

김삿갓은 사또의 몸을 잡아 일으키면서,

<사또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시옵니까, 천도(天道)는 무심(無心)치 않은 법()이라, 세상만사(世上萬事)는 반드시 사필귀정(事必歸正)하게 되는 법이 옵니다, 재판(裁判)을 공정(公正)하게 집행(執行)하시느라고 노고가 정말로 많으셨습니다,>

 

사또는 즉석(卽席)에서 술상을 차려 오게 하여, 김삿갓에게 술을 권하며 말한다.

<선생(先生)에게 부탁(付託)이 하나 있사옵니다,>

 

<무슨 부탁(付託)?……,>

<선생(先生)이 금강산(金剛山)에 들어가기를 단념(斷念)하시고 우리 고을에 길이 머물러 계셔 주신다면, 저로서는 그 이상(以上) 고마운 일이 없겠습니다,>

 

김삿갓은 너털웃음을 웃었다.

<말씀인즉 고마운 말씀입니다, 그러나 기러기 넋을 타고난 사람더러 한곳에만 머물러 있으라는 말씀은 너무도 무리(無理)한 말씀입니다, 며칠 동안 술()이나 더 얻어먹다가 떠나가게 해주소서>

 

<선생(先生)! 회양(淮陽) 고을은 제가 관할(管轄) 하는 고을이올시다, 그러므로 선생(先生)께서 아무리 떠나시려 해도 사또인 제가 못 떠나가게 하면, 선생(先生)은 회양(淮陽) 땅을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실 것이 옵니다, 하하하>

 

이범호(李凡鎬)는 그런 농담(弄談)을 해가며 김삿갓을 어떤 수단(手段)으로든지 오래도록 붙잡아 둘 생각이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뒤였다.

 

이범호(李凡鎬)는 그날도 동헌(東軒)에서 퇴청(退廳)하자 김삿갓과 함께 술을 나누고 있는데, 어쩐지 사또의 안색(顔色)이 그날따라 좋지 않았다.

 

<사또께서 오늘은 기색(氣色)이 좋지 않으시니 웬일이 시 옵니까, 혹시 무슨 골치 아픈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김삿갓이 그렇게 묻자, 이범호(李凡鎬)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對答)한다.

<오늘은 골치 아픈 소송(訴訟) 사건(事件)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백성(百姓)들 간()에 시비(是非)가 생겼을, 때에는, 사또가 흑백(黑白)을 가려 줘야 하는 것은 목민관(牧民官), 본무(本務)가 아니 옵니까?>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사건(事件)은 너무도 아리송해서……,>

 

<아리송하다뇨? 어떤 사건(事件)이기에 아리송하다는 말씀입니까?>

김삿갓은 호기심(好奇心)에서 물어보았다. 이범호(李凡鎬)가 김삿갓에게 술()을 권()하면서 말한다.

 

<오늘의 재판(裁判) 사건(事件)은 내용(內容)이 지극히 단순(單純)한 사건(事件)입니다, 두메산골에 사는 촌부(村夫) 두 사람이 황소 한 마리를 놓고 제각기 자기 소라고 싸우다가, 마침내 사또인 저한테 흑백(黑白)을 가려 달라고 소를 끌고 온 사건(事件)입니다, 그러니까 둘 중의 한 놈은 멀쩡한 도둑놈임이 분명(分明)한 셈이지요, 그러나 저로서는 모두가 처음 대하는 사람들인지라, 누가 소 임자(任子)이고 누가 도둑놈인가를 전연(全然) 가려낼 수가 없었다는 말씀입니다,>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소리를 크게 내어 웃었다.

<그야말로 알쏭달쏭한 사건(事件)입니다그려, 그래서 판결(判決)을 어떻게 내리셨습니까?>

 

정비석(鄭飛石) 풍류소설(風流小說) 소설 김삿갓(2), 199~201-계속-(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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