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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김삿갓> 180

서평

by 웅석봉1 2026. 2. 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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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김삿갓> 180

 

마르크 샤갈(1887~1985),러시아 출생의 프랑스 화가.

 

<도둑이, 제 발이 저리다더니, 그 사람이야말로 범행(犯行)이 탄로 날까, 두려워 도망을 가버린 게, 아닌가>

 

손 냄새를 맡느라고 떠들어대는 북새통에 쥐도 새도 모르게 종적(蹤迹)을 감춰 버렸으므로, 범인의 혐의(嫌疑)는 김부일(金富一)에게 집중(集中)될 수밖에 없었다.

 

무봉(無縫)은 내심(內心)으로 김부일(金富一)을 범인으로 확정해 버리며, 계원(契員)들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다.

 

<김부일(金富一)은 전에 무얼 해 먹다가 언제 우리 마을에 들어왔는가?>

 

<본인의 말에 의하면, 공사판(工事板)으로 떠돌아다니며 엿장수 노릇을 해 먹다가 일 년 전에 우리 마을에 들어왔습니다.>

 

<그 사람이 아직 우리 마을의 미풍양속(美風良俗)에 익숙하지 못해 일시적(一時的)인 잘못으로 그런 과실(過失)을 범한 모양이니,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누구도 추궁(追窮)하지 말기로 해야 하네>

 

무봉은 김부일(金富一)을 은연중에 범인으로 단정해 버리면서, 계원(契員)들에게 그럴듯한 훈시(訓示)를 내렸다. 계원 하나가 머리를 갸우뚱하면서 무봉(無縫) 에게 묻는다.

 

<차수(次首) 어른께서는 손 냄새를 맡아보면 범인(犯人)이 누구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도대체 범인의 손에서는 어떤 냄새가 나는 겁니까, 저희 들은 그것을 좀 알고 싶사옵니다>

 

여기서 무봉은 또 우쭐하는 기세(氣勢)를 보였다.

 

<이 사람아! 자네는 도둑놈의 손에서 무슨 냄새가 나는지를 아직도 모르는가, 파를 훔쳐 간 도둑놈의 손에서는 파 냄새가 날 것이 아닌가, 그런 간단한 이치(理致)를 그렇게도 몰라서 어떡하는가.>

 

그 소리에 계원(契員)들은 모두 들 박장대소(拍掌大笑)를 하였다.

<그렇게도 간단한 이치(理致)를 우리들은 왜 몰랐을까.……,>

 

<누가 아니래! 손 냄새를 맡아보면 범인(犯人)을 알아낼 수 있다고 하기에, 나는 도둑놈의 냄새는 따로 있는 줄 알았구먼그래>

 

<역시 차수(次首) 어른은 머리를 쓰시는 품이 우리네 졸자(拙者)들과는 월등(越等)하게 다르셔!>

파 냄새 문제로 인해 무봉의 권위가 크게 부각 된 셈이었다. 그것은 무봉(無縫) 자신이 무척 바라고 있던 일이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무봉(無縫)은 이날 밤, 개선장군(凱旋將軍)처럼 의기양양(意氣揚揚)하게 서당으로 돌아와 김삿갓에게 사실대로 고하니, 김삿갓은 크게 실망(失望)하며 무봉을 호되게 나무란다.

 

<뭐요? 범인을 알아내셨다고요? 무봉(無縫) 선생은 나와의 약속을 배반하고 기어코 범인을 밝혀냈다는 말씀입니까?>

 

김삿갓이 나무라거나 말거나 무봉(無縫)은 천연덕스럽게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삿갓 선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만은 미안(未安)하오, 그러나 그로 인해 내게 대한 계원(契員)들의 인식(認識)이 크게 달라지게, 되었으니, 그런 다행(多幸)한 일은 없어요>

 

김삿갓은 자기도 모르게 코웃음을 쳤다.

<뭐가 어떻게 달라졌다는 말씀이오?>

 

<손 냄새를 맡아보면 범인을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더니, 모두 들 나를 귀신(鬼神)으로 알고 있어요, 파 냄새를 맡아보면 범인을 알 수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거든요,>

 

<계원(契員)들에게 귀신 대접을 받는 것이 그렇게도 장한 일입니까?>

그러자 무봉(無縫)은 펄쩍 뛸 듯이 손을 내저어 보이며,

 

<갓갓 선생(先生)은 마을 사람들의 근성(根性)을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그 사람들한테 조금만 녹록하게 보여 보세요, 그러면 그들은 나를 엉덩이에 깔아뭉개려고 할 것이 틀림없어요,>

 

<아무리 그렇기로, 파를 좀 훔쳤다고 계원을 무자비하게 매장(埋葬)시켜 버리는 지도자(指導者)가 어디 있습니까?>

 

김삿갓은 김부일(金富一)이라는 사람이 자기 때문에 희생(犧牲)된 것을 생각하면 죄책감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무봉(無縫)의 태도는 어디까지나 태연자약(泰然自若)하였다.

 

<본인이 재빨리 피신(避身)해 버려서 범인이라는 확증(確證)을 잡은 것은 아니니까, 그냥 내버려두면 괜찮을 게 아니겠소?>

 

김삿갓은 무봉(無縫)의 장작 같은 무신경(無神經)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비석(鄭飛石) 풍류소설(風流小說) 소설 김삿갓(2), 130~132-계속-(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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