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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김삿갓> 181

서평

by 웅석봉1 2026. 2. 1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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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1887~1985), 러시아 출생 프랑스 화가.

 

<소설 김삿갓> 181

 

<그냥 내버려두면 괜찮을 거라구요? 무봉 선생은 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두고 보십시오, 오늘의 일로 백락촌(百樂村)에서 김부일(金富一)의 얼굴을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겁니다>

 

<김부일의 얼굴을 다시 만나기는 어렵다뇨? 그게 무슨 말씀이오?>

 

<김부일은 지금쯤 먼 데로 도망을 가버렸을 것이고, 그의 가족(家族)들도 며칠 후에는 소리 없이 밤도망을 가고 말 것이라는 말입니다.>

 

<설마 그렇기야 하겠소?>

<두고 보면 아시겠지만, 반드시 그렇게 될 것입니다.>

 

김삿갓은 그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무봉(無縫)을 억지로 자기 집으로 쫓아 보내 버렸다.

 

그런데 며칠 후에 알고 보니 과연 김삿갓의 예언(豫言)대로 김부일(金富一)은 그날 밤으로 영영 종적(蹤迹)을 감춰 버렸고, 그의 가족들도 사흘 후에는 밤도망을 가고 말았던, 것이다.

 

김삿갓은 생각할수록 죄책감(罪責感)이 느껴져서 그때부터는 무봉의 얼굴조차 보고 싶지 않았다. 김삿갓의 머릿속에는 훈장(訓長) 후임자를 물색해 놓고 이 마을을 빨리 떠나야 하겠다는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무봉(無縫)의 생각은 김삿갓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무봉은 어떤 일이 있어도 김삿갓을 자기 곁에 꼭 붙잡아 둘 결심이었다. 그와 같은 결심(決心)을 하게 된 데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자기가 백락촌(百樂村) 사람들을 맘대로 휘어잡으려면 김삿갓같이 머리 좋은 조언자(助言者)가 한 사람 꼭 필요했기 때문이었고,

 

둘째, 멀지 않아 김 향수(鄕首)가 죽고 나면 누이동생을 김삿갓에게 떠넘기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였고,

 

셋째, 김 향수(鄕首)가 죽고 나면 유산(遺産) 분배 관계로 유족들 간에 분쟁이 일어날 것이 뻔한 일이므로, 그런 경우에는 김삿갓을 중재자(仲裁者)로 내세워 누이동생에게 유리하게 처리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였고,

 

넷째, 김삿갓은 욕심(慾心)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므로 후일에 백락촌(百樂村)의 모든 실무를 그에게 대행시키고 자기는 노후(老後)를 편히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였고,

 

다섯째, 삼국지(三國志)에 나오는 유현덕(劉玄德)에게 제갈공명(諸葛孔明)이라는 충신모사(忠臣謀士)가 있었듯, 무봉(無縫) 자신에게도 지혜로운 심복(心腹)이 꼭 한 사람 필요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물론 제갈공명이 유현덕에게 심혈(心血)을 기울여 충성(忠誠)을 다하듯, 김삿갓이 지금 당장 심복이 되어 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봉(無縫)은 그 점은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김 향수(鄕首)가 죽은 뒤에 누이동생과 부부(夫婦) 관계를 맺어 놓으면, 제아무리 김삿갓이기로 이불 속의 호소(呼訴)를 어찌 거역(拒逆)할 수 있을 것인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무봉(無縫)은 그 모양으로 먼 장래까지 내다보며, 김삿갓을 심복으로 만들 계획을 착착 진행(進行)시켜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김삿갓은 무봉(無縫)이 그러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줄도 모르고, 백락촌(百樂村)을 하루속히 떠나 버리고 싶은 마음에서 사방으로 수소문을 놓아, 후임자를 열심히 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산골에는 선비가 워낙 귀하여, 후임자(後任者)가 좀처럼 나타나 주지 않았다. 이렁저렁하는 동안에 겨울이 깊어, 날씨가 자꾸만 추워 오고 있었다.

 

에라, 날씨도 춥고 후임자(後任者)도 없고 하니, 겨울을 여기서 나고 봄이 되거든 떠나기로 하자고 김삿갓은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기로 하였다.

 

함박눈이 펄펄 날아내리는 어느 날 저녁이었다. 김삿갓은 눈 오는 것이 하도 신기(神氣)하여 산속을 정처 없이 혼자 헤매고 있었다. 산골짜기에는 어느새 눈이 내리 쌓여, 발을 옮겨 놓을 때마다 발밑에서는 빠드득빠드득 개구리 우는 소리가 울려오고 있었다.

 

<아아, 눈이라는 것은 이렇게도 좋은 것이었구나!>

김삿갓은 하도 즐거워 산속을 정신없이 배회(徘徊)하고 있노라니 저 멀리 눈 속에서 나그네 하나가 나타나더니,

 

<혹시 이 부근에 자고 갈 만한 서당(書堂)이 없겠습니까?>

하고 묻는 것이 아닌가,

 

*설 명절 연휴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모든 분께서 올 한 해도 더욱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비석(鄭飛石) 풍류소설(風流小說) 소설 김삿갓(2), 132~135-계속-(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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