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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김삿갓> 175

서평

by 웅석봉1 2026. 2. 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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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아드리앙 솔리어(1982~ 현재), 프랑스 아티스트.

 

소설 김삿갓175

 

<하하하, 설마 그렇기야 하겠소이까.>

()삿갓은 다시 말한다.

 

<아무든 범인(犯人)을 잡아낼 생각은 하지 마시고, 지금 곧 마을 사람들을 소집(召集)하여 도난(盜難) 사건(事件)을 신속(迅速)히 귀결(歸結)지어 버리도록 하십시오, 나쁜 일이란 오래 끌어갈수록 잡음(雜音)이 생기게 마련이니까, 빨리 매듭을 짓고 잊어버리게 하는 것이 상책(上策)입니다>

 

<알겠소이다, 그러면 선생(先生) 말씀대로 마을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깨끗이 매듭을 지어 버리도록 하지요, , 오늘 모임에는 삿갓 선생도 동석(同席)을 해주셨으면 싶은데, 선생 생각은 어떠하시오?>

 

<저는 계원(契員)도 아닌데, 제가 왜 그 모임에 참석(參席) 합니까.>

김삿갓은 일언지하(一言之下)에 참석을 거부(拒否)해 버렸다. 그러나 무봉(無縫)은 머리를 흔든다.

 

<계원이 아니더라도 우리네의 모임에는 선생같이 지혜(智慧)로운 분이 꼭 필요해요, 나는 선생을 이번 기회에 고문(顧問)으로 추대(推戴)할 생각이에요, 그러니까 바쁘더라도 잠깐 참석(參席)해 주세요,>

 

무봉(無縫)은 그런 식으로 김삿갓을 야금야금 계원(契員)으로 끌어들일 계획이었던, 것이다. 김삿갓은 그런 눈치를 재빠르게 알아채고 머리를 단호하게 흔든다.

 

<무봉 선생이 계신 데 저 같은 게 어떻게 고문(顧問) 노릇을 합니까? 그런 감투는 백 번 씌워 주신다고 해도 받아들이지 못하겠습니다.>

 

김삿갓은 고문 취임(就任)을 완강(頑强)하게 거부(拒否)하였다. 무봉은 그것을 겸양지덕(謙讓之德)으로 알았는지 감격(感激)의 고개를 끄덕이며,

 

<선생의 뜻이 그렇다면 고문(顧問) 감투를 억지로 씌워 드리지는 않겠소이다, 이러나저러나 우리 마을에는 선생 같은 분이 꼭 필요해요, 그런 줄 아시고 선생은 언제까지나 백락촌(百樂村)에서 나와 함께 살아가기로 합시다,>

 

<그런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시고 빨리 마을 사람들을 소집하여 도난(盜難) 사건의 매듭을 지어 버리셔야 합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마을에 내려가 사람들을 소집(召集)하도록 하겠소이다,>

무봉(無縫)은 계원(契員)들을 긴급 소집하기 위해 마을로 달려 내려갔다. 때마침 농한기(農閑期)여서 마을 사람들을 소집(召集)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 시간도 채 못 되어 31명의 계원(契員) 계원(全員)이 한자리에 모이자, 무봉은 김 향수(鄕首)를 대신하여 차수(次首)의 자격으로 일장(一場) 연설(演說)이 없을 수가 없었다.

 

그는 백락촌(百樂村)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극히 유감(遺憾)스러운 일임을 거듭 강조(强調)하고 나서, 다음과 같은 제안(提案)을 하였다.

 

<향약계(鄕約契)의 강목(綱目)환란(患亂) 상휼(相恤)’이라는 조목이 뚜렷이 들어 있는 데다가, 도난당한 포천(抱川) 노파의 생활이 궁색(窮色)한 것은 여러분도 잘 알고 있는 일이오, 그러므로 포천 노파가 도난당한 손실(損失) 전액을 향약 계금(契金) 중에서 보상(補償)을 해주었으면 싶은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하오?>

 

포천(抱川) 노파의 손실을 공금(公金)으로 보상(補償)해 주자는 제안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포천 노파의 사정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지라, 그녀를 도와주자는 제안(提案)에는 이론(異論)이 있을 수가 없었다.

 

이를테면 보상 문제는 한 사람의 이의(異議)도 없이 만장일치(滿場一致)로 통과된 셈이었다. 무봉(無縫)은 자신의 제안(提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데 무한한 긍지(矜持)를 느꼈다. 그래서 한마디 없을 수가 없었다.

 

<여러분은 내가 평소(平素)에 강조(强調)해 온 대로 상부상조(相扶相助)의 향약(鄕約) 정신을 유감(遺憾)없이 발휘하여, 나의 제안을 만장일치(滿場一致)로 통과시켜 주어서 나로서는 기쁘기 한량(限量)이 없소이다,>

 

그러자 계원(契員) 하나가 손을 번쩍 들고 일어서며 말한다.

<차수(次首) 어른의 말씀대로 계원(契員)끼리 상부상조(相扶相助)하며 살아가자는데 누가 반대를 할 것입니까, 그러나 이번 기회(機會)에 우리들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問題)가 하나 있사옵니다,>

 

뜻하지 않았던 의견(意見)에 무봉(無縫)은 적이 놀랐다.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問題)가 있다니, 그것은 무슨 소린가?>

 

<제가 거기에 대한 설명을 올리겠습니다, 이번 도난 사건은 천재지변(天災地變)이 아닌 단순한 도난 사건이라는 것을, 우리들은 잊어서는 안 될 줄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도난 사건은 이제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인데, 그때마다 계금(契金)으로 보상(補償)을 해주려면 무슨 재주로 그 돈을 감당(堪當)해 낼 수 있겠습니까?>

 

정비석(鄭飛石) 풍류소설(風流小說) 소설 김삿갓(2), 118~121-계속-(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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