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김삿갓》 173
두 사람은 한동안 승강이를 하다가 무봉(無縫)이 마침내 양보(讓步)하는 태도로 나오며,
<좋소이다, 그러면 삿갓 선생 말씀대로 범인을 밝혀내는 것은 보류(保留)하기로 합시다, 그 점은 내가 양보(讓步) 하지요, 그 대신(代身) 마을 사람들을 모아 놓고 어떤 훈계(訓戒)를 해야 좋을지, 그 얘기나 좀 들려주시오!>
하고 묻는다.
이 기회(機會)에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存在)를 뚜렷하게 인식(認識)시켜 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김삿갓은 가볍게 대답(對答)한다.
<별~게, 있겠습니까, 포천(抱川) 노파의 손실을 향약(鄕約) 계금(契金) 중에서 보상해 주는 일을 만장일치(滿場一致)로 결의(決議)하도록 유도(誘導)하면, 그 일은 그것으로 끝나는 겁니다, 그러나 끝에 가서 다음과 같은 엄포를 꼭 한마디만 던져 주십시오, 즉 ‘나는 이 사건을 포청(捕廳)에 고발하여 범인(犯人)을 꼭 잡아내고 싶은 생각이 없지도 않아요, 그러나 그렇게 되면 아까운 사람 하나를 영원(永遠)히 매장(埋葬)시켜 버리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포청(捕廳)에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본인이 개과천선(改過遷善)해 주기만 바라는 거예요’하고 말입니다, 그와 같이 못을 박아 두기만 하면, 범인은 양심(良心)의 가책(呵責)이 느껴져서 다시는 그런 짓을 못 하게 될 것입니다.>
무봉(無縫)은 반신반의(半信半疑)하며 묻는다.
<그럴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그 사람인 들 사정(事情)이 얼마나 급박(急迫)했으면 남의 밭에서 파를 훔쳐 갔겠습니까, 그러나 양심(良心)이라는, 것이 있으므로, 무봉(無縫) 선생께서 그와 같은 못을 박아 두기만 하시면 범인(犯人)은 도둑질을 다시는 안 할 겁니다,>
<선생 말씀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소이까, 그러나 도둑놈이 선생(先生) 말씀처럼 쉽게 회개(悔改)를 해줄까요?>
<도둑놈의 종류(種類)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목구멍이 포도청(捕盜廳)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나 자신도 사흘쯤 굶으면 도둑놈이 안 될 수가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범인(犯人)을 색출(索出)하여 매장(埋葬)시켜 버릴 생각은 아예 하지 마시고, 최후(最後)까지 선도(先導)해 나가는 방법(方法)을 택해야 합니다.>
<선생(先生) 말씀을 들어 보면 그렇기는 하오 마는……,>
무봉(無縫)은 아직도 반신반의(半信半疑)하다가,
<선생은 범인(犯人)을 찾아낼 자신이 정말로 있기는 하시오?>
하고 묻는다.
김삿갓은 웃으면서 대답(對答)한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범인(犯人)은 반드시 우리 마을 사람인 것이 분명(分明)합니다, 만약 나의 추측(推測)에 틀림이 없다면, 범인을 찾아내기는 식은 죽 먹기보다도 쉬운 일입니다>
무봉(無縫)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라며 다시 캐어묻는다.
<범인(犯人)을 찾아내기가 식은 죽 먹기보다도 쉽다뇨? 어떤 방법(方法)으로 찾아낸다는 말씀이오?>
그러나 그 질문(質問)에, 대하서만은, 김삿갓은 고개를 좌우(左右)로 흔드는 것이었다.
<그 방법만은 아직 말씀드리지 못하겠습니다, 무봉(無縫) 선생한테 그 방법을 미리 알려드렸다가, 무봉 선생이 범인(犯人)을 찾아내어 매장(埋葬)시켜 버리면 그야말로 큰일이니까 말입니다, 무봉(無縫) 선생! 안 그렇습니까, 하하하!>
김삿갓은 범인을 찾아내는 방법(方法)을 가르쳐 주는 대신에 너털웃음만 웃어 보였다. 무봉은 그럴수록 궁금증이 심해 왔다.
<삿갓 선생! 우리 사이에 이럴 수가 있소, 범인(犯人)을 찾아내기가 식은 죽 먹기보다도 쉽다고 장담(壯談)하면서, 그 방법(方法)만은 말해 주지 않으니 너무도 섭섭하오이다.>
<그 방법을 섣불리 말씀드렸다가, 무봉(無縫) 선생이 범인을 찾아내어 매장(埋葬)시켜 버리면 어떡합니까, 그러니까 범인(犯人)을 찾아내는 방법을 꼭 알고 싶으시다면, 사후(事後) 처리를 깨끗이 끝낸 다음에 말씀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지금 가르쳐 주나, 나중에 가르쳐 주나 결국(結局)은 마찬가지가 아니오?>
무봉(無縫)은 범인 알아내는 방법을 기어이 알아야만 마음이 개운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일에 대해서만은 김삿갓의 고집(固執)도 완강(頑剛)하였다.
<무봉(無縫) 선생이 마을 사람들을 모아 놓고 사후(事後) 처리를 깨끗이 끝내기 전에는 절대로 말을 못 하겠으니, 그렇게 알아주십시오>
그러자 무봉(無縫)은 얼굴에 분노(憤怒)의 빛이 충만(充滿)해지며 정색(正色)으로 나무란다.
<여보시오, 삿갓 선생(先生)! 삿갓 선생이 내게 대해 이럴 수가 있단 말이오, 지금 가르쳐 주나 나중에 가르쳐 주나 결국(結局)은 마찬가진데, 뭐가 의심스러워 나중에야 가르쳐 주겠다는 말이오, 삿갓 선생이 그런 식으로 나오려거든, 차라리 우리 두 사람은 오늘부터 의절(義絶)을 해버리기로 합시다.>
《정비석(鄭飛石) 풍류소설(風流小說) 《소설 김삿갓》 (제2권), 114쪽~116쪽-계속-(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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