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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김삿갓> 174

서평

by 웅석봉1 2026. 2. 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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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아드리앙 솔리어(1982~ 현재), 프랑스 아티스트,

 

소설 김삿갓174

 

무봉(無縫)이 진심(眞心)으로 분개(憤慨)하며 엄포를 놓고 나오는 바람에 김삿갓은 입장(立場)이 매우 난처(難處)하였다.

 

<우리가 그만한 일로, 의절(義絶)을 하다뇨?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삿갓 선생은 범인(犯人)을 색출(索出)해 낼 방법을 환히 알고 있다면서도, 나라는 사람을 믿을 수가 없어서 그 방법(方法)을 말해 주지 못하겠다면, 그것은 나의 인격(人格)을 근본적(根本的)으로 무시하는 증거(證據)가 아니고 무엇이오, 나는 그런 모욕(侮辱)을 당하고서는 의절(義絶), 아니할 수가 없는 일이오,>

 

듣고 보니 그럴 성싶기도 하여, 김삿갓은 입장(立場)이 점점 난처(難處)하게 되었다. 김삿갓은 웃으면서 말한다.

 

<무봉 선생은 엉뚱한 오해(誤解)를 하고 계십니다, 제가 무봉(無縫) 선생의 인격을 모욕(侮辱)하다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러나 무봉은 여전히 분노(憤怒)의 얼굴로 말한다.

 

<범인 찾아내는 방법(方法)을 환히 알고 있으면서 나한테는 말해 주려고 하지 않으니, 그게 바로 나의 인격(人格)을 모욕하는 처사(處事)가 아니고 뭐란 말이오,>

 

<선생이 그렇게까지 나무라신다면 지금 당장 말씀드리기로 하겠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조건(條件)이 하나 있습니다.>

 

<무슨 조건(條件)인지 어서 말해 보시오,>

 

<범인 알아내는 방법을 제가 말씀드리더라도, 무봉(無縫) 선생은 범인을 찾아내어 매장(埋葬)시켜 버릴 생각은 하지 말아 주셔야 합니다, 거기에 대한 확답(確答)을 듣기 전에는 그 방법을 말씀드리지 못하겠습니다.>

 

김삿갓이 무봉(無縫)께 범인을 알아내는 방법을 말해 주기를 꺼려 온 이유(理由)는 바로 그 점에 있었다. 거기에 대한 보장(保障)을 받기 전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 방법을 알려주지 않을 결심(決心)이었던, 것이다.

 

무봉(無縫)은 잠시 생각을 해보다가,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좋소이다, 삿갓 선생이 그렇게까지 원()하신다면, 내 비록 범인을 찾아낼 방법(方法)을 알고 있더라도 범인 색출(索出)은 아니 하기로 하지요,>

 

<그렇다면 안심(安心)하고 말씀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알고 보면 범임(犯人)을 알아내기는 지극히 간단한 일이 옵니다,>

<어떻게 간단하다는 말씀이오?>

 

<지금이라도 비상(非常) 소집령(召集令)을 내려 마을 사람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 놓으십시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씩 손 냄새를 맡아보면 범인(犯人)을 대번에 알아낼 수가 있사옵니다.>

 

<손 냄새를 맡아보면 범인을 알 수 있다뇨? 그게 무슨 소리요? 범인(犯人)의 손에서 도둑 냄새라도 난다는 말씀인가요?>

 

김삿갓은 그 소리에 크게 웃었다.

 

<무봉(無縫) 선생은 제 말씀을 아직도 못 알아들으셨습니까? 파를 훔쳐 갈 때 범인은 파를 손으로 뽑아냈을 것이니까,……, 범인의 손에는 파 냄새가 배어 있을 것이 아니 옵니까, 파는 냄새가 지독한 물건(物件)이기 때문에, 냄새가 손에 한 번 배면 손을 씻었다고 해서 냄새가 쉽게 날아가 버리는 것이 아니옵니다, 그러니까 손 냄새를 맡아보면 범인(犯人)을 대번에 알아내게 될 것입니다>

 

무봉(無縫)은 그 말을 듣더니 무릎을 치며 감탄(感歎)을 마지않는다.

 

<과연 듣고 보니 천하의 명답(名答)이외다, 그렇게도 쉬운 일을 내가 어째서 생각해 내지 못했을까, 선생이 만약 옛날에 태어났더라면 박문수(朴文秀, 1691~1756)같이 유명한 암행어사(暗行御史)가 될 수 있었을 것이오,>

 

손 냄새를 맡아보면 범인을 간단히 알아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무봉(無縫)과연 그렇구나!’ 싶어 속으로는 크게 감탄(感歎)하였다.

 

그러나 솔직(率直)히 감탄해 보이면 위신(威信)이 손상(損傷)될 것만 같아서,

 

<나도 진작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삿갓 선생(先生)은 어쩌면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계셨소, 그러고 보면 삿갓 선생의 머리는 나보다도 좋으신 모양이구료>

하고 말했다.

 

김삿갓은 웃으면서 손을 내저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제가 어찌 무봉(無縫) 선생의 머리를 따를 수 있겠습니까, 머리가 좋고 나쁘기로 말하면 무봉 선생과 저는 천양지차(天壤之差)일 것이 옵니다,>

 

정비석(鄭飛石) 풍류소설(風流小說) 소설 김삿갓(2), 116~118-계속-(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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