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시절을 회상하며> (대출금 사후관리)
울주군농협 남창(南倉) 지소 시절(1971년 여름), 대출업무를 담당할 때의 일화(逸話)를 소개한다. 당시 한우(韓牛) 입식(入植) 자금(資金)이라는 농가 호당(戶當) 8만 원씩, 송아지 한 마리 살 수 있도록 지원(支援)하는 정책대출이 있었다.
정책대출(政策貸出)이란 일정 금리를 정부(政府)가 보전(補塡)해 주는 정부 위촉(委囑) 사업이다. 예를 들면 시중금리(市中金利)가 연 20%라면 정부가 15%를 보조(補助)하고 농민이 5%를 부담(負擔)하는 식이다.
당시로서는 금융기관(金融機關)에서 대출(貸出)받는 것 자체도 특혜성(特惠性)인데 금리(金利)까지 지원해 준다니 대단한 혜택(惠澤)이 주어지는 대출이었다. 그러니 농민들에게 인기(人氣)가 많은 것은 당연(當然)하였다.
이런 대출은 사전에 영농회장<(營農會長), 이는 농협의 직책이고, 행정기관에서는 이장(里長)이라 하였다. 지금도, 당시에도 이장이 주로 영농회장을 겸직(兼職)했다)>이 농민들의 신청(申請)을 받아서 농협에 오면 농협에서는 이를 모아 마을(영농회)별로 융자(融資) 하였다.
물론 사전에 면사무소(面事務所)를 통해서 농림부(農林部)로 신청하면, 농림부에서는 심사(審査)하여, 신용불량자(信用不良者)가 아니면 선정(選定)된다. 이런 절차를 거쳐 농협(農協)에서는 대출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일과(日課)가 끝나면 이장님들이 수고했다고 인근(隣近) 식당(食堂)으로 초대(招待)해 술밥 간에 사주던 인심(人心) 좋은 시절(時節)이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면 그분들은 우리가 당연히(?) 대접(待接)해야 한다며 오히려 미안(未安)해하였다.
식사 때는 영농회장(營農會長)이나 우리 농협(農協) 직원(職員)들은 농(農)자 출신(出身)답게 주로 막걸리를 즐겨 마셨다. 그 당시에는 농가 부업(副業)으로 송아지를 키워서 큰 소가 되면 팔곤 하였다,
그런데 그 이후에 소 입식 자금(資金)의 용도(用途) 외(外) 사용(使用)이 문제(問題)가 되어 감사원(監査院)에서 전국(全國) 일제히 현지(現地) 실사(實事)를 한 일이 있었다. 정부 사업을 대행(代行)하니 당연히 감사원 감사 대상(對象)이었다.
입식 자금을 대출받고 소(牛)를 구매(購買)하지 않았다든지 아니면, 구매한 소를 팔아먹고 대출금(貸出金)을 갚지 않았다든지 하여 문제(問題)가 되는 경우인데, 그래서 감사원 직원(職員)들이 직접 농가(農家)를 방문(訪問)하여 소(牛)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確認)하였다.
확인 방법(方法)은 간단하다. 농가에 소(牛)가 없다면 당연(當然)히 회수 대상이고, 만약 있다면 그 소를 마구간(馬廏間)에서 풀어내어 소(牛) 궁둥이를 딱 쳐서 그대로 있으면 그 소(牛)는 그 집의 소(牛)이고(진짜)고, 탁하고 쳐서 다른 집으로 가면 그 소(牛)는 그 집의 소(牛)가 아닌 가짜가 되는 것이다.
가짜로 판명(判明)되면 대출금은 회수(回收)해야 한다. 이 얼마나 명쾌(明快)한 처사(處事)인가. 동물(動物)은 순진(純眞)하여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는 사실(事實)을 현장(現場)에서 체험(體驗)한 소중한 시간(時間)이었다.
이런 대출금은 분기(分期)에 한 번씩 이자(利子) 차액(시중의 금리와 실제 대출 농민이 부담하는 금리 차이)을 계산(計算)하여 신청(申請)해서, 정부로부터 보전(補塡)을 받는다. 이를 농협에서는 이차(利借) 보상(補償)이라 하였다.
그 시절, 어린 마음에 휴일(休日)이면 야외(野外)로 산보(散步)를 자주 하였다. 한번은 총각(總角) 세 사람이 토요일 오후에 속리산(俗離山) 법주사(法住寺)로 나들이를 나갔다.
그런데 그날이 같이 간 동료(同僚) 직원(職員)의 부친(父親) 기일(忌日)이었다.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다녔으니, 얼마나 철이 없었을까,
기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오징어 한 마리와 소주(燒酒) 한 잔을 부어 놓고 제사(祭祀)랍시고 절을 올렸다. 아버님께 죄송함을 고(告)하고 속리산 등반(登攀)을 하였던 기억(記憶)이 새롭다. (끝)
| <그 시절을 회상하며> (인간 관계) (1) | 2026.02.08 |
|---|---|
| <사씨 남정기> (1) | 2026.02.07 |
| <사랑받는 광화문 글판 10위> (1) | 2026.01.31 |
| <그 시절을 회상하며> (첫 임지) (1) | 2026.01.24 |
| <농심을 기다리며> 2~2 (6) | 2026.01.11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