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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김삿갓> 169

서평

by 웅석봉1 2026. 1. 3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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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아드리앙 솔리어(1982~ 현재), 프랑스 아티스터.

소설 김삿갓169

 

<대사(大師)는 무슨 당치않은 말씀을 자꾸만 하고 계시오, 반야경(般若經)에 색즉시공(色卽是空)이요,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는 말씀이 있지 않소이까,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허깨비에 지나지 않는 것, 그런데 대사는 아직 육근(六根)을 탈피하지 못해 탐욕(貪慾), 진에(瞋恚), 우치(愚痴) 등등의 번뇌마(煩惱魔)에 시달리고 계시는 모양이니, 한시바삐 자아(自我)의 세계에서 해방되어 해탈(解脫)의 눈을 속히 뜨시도록 하시오, 그것만이 불제자(佛弟子)가 걸어가야 할 정도(正道)일 것이 오이다.>

 

마나님은 불교(佛敎)에 대한 소양(素養)이 풍부(豐富)한지, 중놈을 도도하게 이론적(理論的)으로 꾸짖는다. 그러나 애욕(愛慾)에 환장(換腸)해 버린 중놈에게는 그런 말이 귀()에 들어갈 리가 없었다.

 

중놈도 우격다짐으로는 성사(成事)가 안 될 것을 깨달았는지, 이번에는 방법(方法)을 바꾸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대와 더불어 불경(佛經)을 토론(討論)할 생각은 없소, 나는 이미 그대를 범()할 것을 결심(決心)했는데, 그대는 나의 소원(所願)을 끝까지 들어주려고 하지 않으니, 그러면 우리는 말재주로써 승부(勝負)를 가리면 어떠하겠소?>

 

설득(說得)으로는 성공(成功)할 자신이 없음을 깨닫자, 중놈은 또 다른 변법(變法)으로 나왔다. 마나님도 언제까지나 입씨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말재주로 승부(勝負)를 결정(決定)하자는 것은 무슨 말씀이오이까?>

하고 다져, 물었다.

 

중놈이 대답(對答)한다.

 

<내가 이제부터 1, 2, 3, 4, 5, 6, 7, 8, 9, 10의 순서(順序)대로 그대에게 요구(要求)하는 일을 말로 들려 보일 터인즉, 그대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와 똑같은 방식(方式)으로 대답을 해보시오, 그대가 만약 대답(對答)을 잘하면 그대가 승리(勝利)한 셈이니까, 그때에는 나는 순순히 물러갈 것이오, 그러나 그대가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그대가 나에게 진 셈이니까, 그때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내 말을 들어줘야 할 것이오.>

 

중놈의 요구(要求)는 도대체 부당(不當)하기 이를 데 없었다, 속인(俗人)도 아닌 승려(僧侶), 노상(路上)에서 오다가다 만난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여인에게 어찌 감히 몸을 요구(要求)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불법(佛法)을 벗어난 망동(妄動)임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념(妄念)에 사로잡힌 중놈은 수단(手段), 방법(方法)을 가리지 않고 마구 덤벼드는 것이 아닌가.

 

마나님은 부처님의 말씀을, 빌어 사리(事理)대로 타일렀건만, 중놈은 그래도 정신(精神)을 못 차리고 무지막지(無知莫知)하게 덤벼들고 있으니, 마나님으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김삿갓은 처음부터 나무 그늘에 몸을 숨기고, 분노(憤怒)와 긴장감(緊張感)을 느끼며 비상(非常)한 관심(關心)을 가지고 하회(下回)를 지켜보고 있었다. 만약 중놈이 마나님에게 우격다짐으로 덤벼들, 경우에는 정면(正面)으로 나서서 목숨을 걸고라도 여인(女人)을 보호(保護)해 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마나님은 겁을 내는 기색(氣色)조차 없이, 어디까지나 당당(堂堂)한 자세(姿勢)로 중놈을 또다시 꾸짖는다.

 

<아니, 대사(大師)의 부당한 요구(要求)를 들어주고 안 들어주는 것은 순전히 나의 마음 먹기에 달려, 있는 일인데, 어찌하여 그런 일을 내기로써 결정(決定)하자는 말씀이오, 나는 이미 대사의 부당(不當)한 요구(要求)를 들어주지 않기로 결심(決心)한 바 있으니, 여러 말 말고 빨리 물러가도록 하시오!>

 

그러나 이제는 말로 타이른다고 해서 순순히 물러설 중놈은 아니었다. 중놈이 다시 말한다.

 

<나는 모든 일을 말재주로 결정(決定)하자고 이미 타협안(妥協案)을 내놓았소이다, 그러니까 이제는 말재주로써 승부(勝負)를 결정(決定)하든가, 그렇잖으면 무조건(無條件) 나의 요구(要求)를 들어주든가, 둘 중에, 하나를 택()하도록 하시오, 그 이외의 방법(方法)은 어떤 일도 용납(容納)하지 않을 것이오.>

 

그야말로 천부당만부당(千不當萬不當)한 억지(抑止). 김삿갓은 나무 그늘에 숨어 관망(觀望)하고 있으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저런 쳐 죽일 놈을 보았나!)

하고 분노(忿怒)를 마지않았다.

 

마나님은 중놈의 고집(固執)을 꺾기가 어려움을 깨달았는지,

<좋소이다, 그러면 대사(大師)가 내기를 걸어 오시오, 그러면 내가 대()를 놓아 보이겠소이다.>

하고 내기를 응낙(應諾)하는 것이 아닌가.

 

김삿갓은 저 마나님이 어떤 봉변(逢變)을 당하려고 해괴(駭怪)한 내기를 응락(應諾)하는가 싶어 가슴이 철렁하였다. 중놈은, 이제 됐다, 싶은지 크게 기뻐하며 즉석(卽席)에서 다음과 같은 <내기 말>을 씨부려대는 것이었다.

 

정비석(鄭飛石) 풍류소설(風流小說) 소설 김삿갓(2), 104~106-계속-(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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