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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김삿갓> 167

서평

by 웅석봉1 2026. 1. 2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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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1862~1918), 오스트리아 상징주의 화가.

소설 김삿갓167

 

무봉(無縫)은 잠시 머쓱해졌다가,

 

<선생이 어떤 과부(寡婦)와 배가 맞아 돌아간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러나 그 과부가 누구라는 것만은 아직 알지 못해요, 선생(先生)은 지금이라도 나에게 모든 것을 이실직고(以實直告)해 주시오, 그러면 내가 중간에 나서서 월하빙인(月下氷人)이 되어 드릴 용의(用意)가 있으니까 말이오.>

하고 나오는 것이 아닌가,

*월하빙인-얼음 위에서 얼음 아래와 대화한다는 사람, 즉 중매쟁이를 일컫는 말.

 

김삿갓은 점점 어처구니가 없었다.

<도대체 선생(先生)은 누구한테서 무슨 말을 듣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건 왜 물어보시오, 아무도 모르는 줄 알고 있었는데, 내가 씨를 터뜨려 놓으니까, 켕기시는 모양이구료? 하하하!>

 

무봉(無縫)은 어디까지나 뒤집어씌우는 수법(手法)으로 나온다. 그러나 김삿갓은 태연자약(泰然自若)하게 술만 마셨다.

 

<누가 무슨 소리를 하거나, 마음이 켕기기는커녕 가렵지도 않습니다. 그런 시시한 얘기는 집어치우고 술()이나 마십시다>

 

김삿갓이 끝끝내 초원(超然) 한 태도로 나오니까, 무봉(無縫)은 적이 무안(無顔)한 빛을 보이다가 다시 역습(逆襲)을 시도한다.

 

<그러면 선생(先生)은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煙氣)가 나올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누가 무슨 소문(所聞)을 퍼뜨렸거나, 나는 그런 소문(所聞)에는 개의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설사 내가 남의 집 과부(寡婦)와 정분(情分)이 났기로, 그게 뭐가 나쁘다는 말씀인가요?>

 

김삿갓이 그렇게까지 도도하게 나오니까 무봉은 불안한 기색(氣色)이 농후(濃厚)해지더니,

<허기는 내가 관여(關與)할 일이 아닐는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말하다가 별안간 생각이 난 것처럼,

<, 내 누이동생이 지금 삿갓 선생한테 선사(善事)할 솜옷을 짓고 있는 모양입니다, 삿갓 선생(先生)은 그런 줄이나, 알고 계세요>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 보면 무봉(無縫)은 솜옷 얘기를 댓바람에 끄집어내기가 거북스러워, 바람을 피우느니, 어쩌니저쩌니,…… 하고 허튼수작(酬酌)을 한바탕 늘어놓았던 것이 분명(分明)해 보였다.

 

무봉(無縫)은 김삿갓에게 훈장(訓長) 감투를 억지로 뒤집어씌웠던 것과 똑같은 수법(手法)으로, 김 향수(鄕首)가 죽고 나면 이번에는 봉녀(奉女)를 김삿갓과 결합(結合)시켜 보려고 초장부터 갖은 수법(手法)을 써오고 있는 것이 분명했던, 것이다.

 

김삿갓은 누가 무슨 소리를 하거나 말거나 백락촌(百樂村)에 언제까지 눌려있을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훈장(訓長) 자리를 맡아 줄 사람이 없어서 부득이 늑장을 부리고 있을 뿐이지, 적당한 후임자(後任者)가 나서면 그날로 백락촌을 떠나 버릴 생각이었다.

 

따라서 김 향수(鄕首)가 죽어 버리면 무봉의 누이동생인 봉녀(奉女)와 결혼을 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무봉(無縫)은 원모(遠謨) 심려(深慮)라고나 할까, 먼 장래를 생각해 지금부터 그런 일을 꾸미고 있는 모양이니, 김삿갓은 도무지 마땅치가 않았다.

 

<무봉(無縫) 선생!>

김삿갓은 정색(正色)하고 무봉의 얼굴을 쏘아 보았다.

 

<삿갓 선생은 별안간 왜, 정색(正色)을 하시오?>

<이왕 말이 난 김에, 무봉(無縫) 선생한테 한 가지 분명하게 말씀드려 둘 일이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 어서 말씀을 해보시오>

 

<무봉(無縫) 선생은 지금 매씨(妹氏)께서 나를 위해 솜옷을 짓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남녀 간의 도의상(道義上)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아셔야 합니다. 봉녀(奉女) 여사는 어엿한 유부녀(有夫女) 인데 다가 나는 처자식(妻子息)이 있는 유처남(有妻男)이올시다. 그런데 남편 있는 여자가 어떻게 외방(外房) 남자의 옷을 지어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무봉(無縫)은 그 특유의 너털웃음을 웃어 가면서 말한다.

<아따, 삿갓 선생은 그런 사소(私消)한 일을 가지고 무얼 미주알고주알 따지시오, 지난번에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내 누이동생은 삿갓 선생을 무척 존경(尊敬)하기 때문에, 마음의 정표(情表)로 옷이라도 한 벌 지어 드리고 싶다는 거예요, 그런 일에 무슨 유부녀(有夫女), 유처남(有妻男)이니 하는 것을 따질 필요(必要)가 있겠소이까, 게다가 그 아이는 언제 과부(寡婦)가 될지도 모르는 형편(形便) 이구요.>

 

무봉(無縫)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려고 들었다. 상대방이 그렇게 뻔뻔스럽게까지 나오니 김삿갓은 더 할 말이 없었다.

 

정비석(鄭飛石) 풍류소설(風流小說) 소설 김삿갓(2), 100~102-계속-(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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