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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김삿갓> 166

서평

by 웅석봉1 2026. 1. 2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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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1862~1918), 오스트리아 상징주의 화가.

소설 김삿갓166

 

()나라의 시인 노파(盧坡)는 설매(雪梅)라는 시 속에서

 

설곡수매일단향(雪谷輸梅一段香),

 

*해석하면,

 

눈 속에 피어난 매화꽃이 한층 더 향기롭구나!

 

하고 겨울을 찬양하였다.

 

사람과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이해관계로 반드시 상충(相衝)이 생기게 마련이다. 가령 비근한 예로 무봉(無縫)과 봉녀(奉女)와 김삿갓의 경우를 두고 보더라도, 세 사람은 모두가 인간인 까닭에 이해(理解)와 애증(愛憎)을 완전히 초월(超越)하기가 어렵다.

 

그러니까 서로 간에 얽혀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와 같은 계루(繫累)가 일체, 없기, 때문에 누구나 자연(自然)을 대하면 즐겁기만 한 것이다. *繫累-어떤 사건이나 사물에 얽매여 관련됨.

 

어느 날 김삿갓은 저녁밥을 먹기가 무섭게 해월정(海月亭)에 올라가, 오랫동안 달구경을 하다가 밤이 늦어서야 서당(書堂)에 내려왔다. 그리하여 옛날 시집(詩集)을 읽기 시작하였다.

 

옛날 사람들도 자연(自然)을 좋아하기는 김삿갓과 다름이 없었던지, 청헌(淸軒) 석지영(石之榮, 생몰연대 미상)이라는 시인은 <산행(山行)>이라는 시속에서 자연을 다음과 같이 읊었다.

 

사일불봉인(斜日不逢人), 철운요사경(徹雲遙寺磬),

산한추이진(山寒秋已盡), 황엽복초로(黃葉覆樵路),

 

*해석하면,

 

저물도록 사람은 한 명도 만나지 못하고, 구름 저쪽에서 풍경소리만 들려오네,

산은 춥고 가을은 이미 저물었는데, 단풍 든 낙엽이 산길을 덮는구나.

 

김삿갓은 그 시()를 자꾸만 외어 보고 있노라니까, 어느덧 자기 자신(自身)이 깊은 산속을 혼자 거닐고 있는 듯이 그윽한 느낌조차 들었다.

 

김삿갓은 산을 혼자 거니는 것도 즐거웠지만, 산수(山水)를 노래한 시를 읽는 것은 그지없는 즐거움이었다.

 

그리하여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시 삼매경(三昧境)에 잠겨 있노라니까, 문득 문밖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무봉(無縫)이 술병을 들고 방안으로 불쑥 들어서면서,

 

<삿갓 선생은 이즈음 어디를 그렇게 밤늦게까지 나다니시나요? 혹시 어떤 과부댁(寡婦宅)과 바람이 나신 것은 아니오?>

하고 너스레를 치는 것이 아닌가.

 

<어서 들어오십시오, 이 밤중에 웬 술을 가지고 오십니까?>

무봉(無縫)은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술병을 눈앞에 들어 보이며,

 

<이 술로 말하면 일전에 유종(乳腫) 때문에 나를 찾아왔던 젊은 환자(患者) 내외(內外)가 있지 않았소? 그들은 내가 알려준 대로 치료(治療)했더니, 유종이 깨끗이 나았다고 하면서 고맙다는 인사(人事)로 이 술을 들고 왔더란 말이오, 그러니 내가 어찌 이 술을 혼자 먹을 수가 있겠소, 삿갓 선생(先生)과 같이 나누려고 가지고 왔다우>

 

김삿갓은 그렇게도 험상궂던 유종(乳腫)이 깨끗이 나았다는 말을 듣고 진심(眞心)으로 기뻤다.

 

<, 그래요? 병이 깨끗이 나아서 남편(男便) 되는 사람이 감사하다는 술을 들고 왔다니, 얼마나 다행(多幸)한 일입니까, 그러고 보면 무봉 선생의 의술은 보통이 아니신 모양입니다,>

 

<삿갓 선생은 무슨 실례의 말씀을 하고 계시오, 자고로 성인능지성인(聖人能知聖人)이라고, 무식한 사람은 명의(名醫)를 알아보지 못하는 법이에요, 이제마나 나의 명술(名術)을 알아주셨다니, 만시지탄(晩時之歎)은 있으나 그런대로 불행(不幸) 중 다행(多幸)이외다, , 그런 의미에서 한잔합시다,>

 

무봉(無縫)은 농담을 섞어 가며 한동안 술을 나누다가, 문득 정색(正色)하며 김삿갓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삿갓 선생은 요새 바람이 나신 모양인데, 상대방 여자는 어떤 과부(寡婦)?>

김삿갓은 무봉의 질문(質問)을 받고 기가 막혔다.

 

<내가 바람이 나다뇨? 그게 무슨 말씀이오?>

무봉(無縫)은 특유의 너털웃음을 웃어 보이며 말한다.

 

<나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요, 선생(先生)은 다른 사람은 속여도 나만은 못 속인다는 것을 아세요>

<다 알고 계신다면서 새삼스레 물어보시기는 왜 물어보십니까?>

 

김삿갓은 굳이 변명(辨明)하고 싶지 않아 심드렁하게 대답(對答)해 버렸다.

 

정비석(鄭飛石) 풍류소설(風流小說) 소설 김삿갓(2), 97~100-계속-(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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