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는 악성(惡性) 채권의 회수 절차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악성 채권이란 파산(破産)을 하거나 악의(惡意)로 대출금 상환을 미루는 채권을 말한다. 파산하면 그 법적 절차에 따르면 되지만, 문제는 악의로 상환을 미루는 것인데, 방법은 강제로 회수(回收)하는 수밖에 없다.
강제 회수는 경매(競賣)를 신청해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런 업무는 보통 법무사(法務士)에게 위임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경매를 신청하면 특별한 하자(잘못)가 없다면 1주일 정도면 법원에서 경매개시결정(競賣開示決定)이 난다. 그러면 경매는 시작되는데,
1차에 경락이 안 되면 약 한 달 후에 2차, 그다음 3차로 계속 진행되고, 한 차수가 진행될 때마다 10%나 20%씩(법원에 따라 차이가 있다) 경락 가격이 내려간다. 당시의 농협 내규에 따르면 3차까지 경락이 안되면 유질(流質) 취득이 가능하였다.
유질 취득이란 금융기관의 자금으로 담보(擔保) 부동산을 경락받는 것을 말한다. 원래 민법에서는 금지한 규정을 상법에서 허용한 제도다. 이런 유질 취득 재산의 관리는 상당한 주의가 필요로 한다. 가능하면 유질 취득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채무자가 아닌 보증인의 재산을 유질 취득할 때는 더욱 그렇다. 금융기관에서는 제삼자에게 담보제공을 받을 때는 언제나 연대보증을 세운다. 다시 말하면 연대보증인 겸 담보제공자가 되는 것이다. 왜(?)일까. 담보제공자의 지위를 차주(借主)와 같게 하기 위함이다.
연대보증(連帶保證)이란 그 지위가 차주와 동등하다. 즉 차주나 연대보증인 모두나 각각에게도 채무의 상환을 촉구할 수 있다는 말인데, 그래야 유질 취득이 가능하다. 물론, 이견(異見)도 있을 수는 있지만 금융기관에서는 언제나 안전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례(事例)의 건은 남의 재산을 담보로 대출받은 채무자가 회수가 불가능 하자, 결국 농협이 경락받은 사건이었다. 노부부의 딸이, 다니는 회사의 사장 꼬임(?)에 빠져서 노인의 집을 담보(擔保)로 사장의 사업 자금 대출에 연대보증인 겸 담보제공자가 된 사건이었다.
원금만 1억이 넘는 것으로 기억한다. 채권은 부실화되고, 담보물은 경매를 거쳐 우리가 유질 취득을 하게 되었다. 그 후 명도소송(明渡訴訟)으로 이어졌고, 소송을 거쳐 집달관(執達官)이 집행하러 갔으나 노부부의 완강한 거부로 집행은 불가하였다.
하루 종일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집달관도 명도(明渡)를 포기하고 말았다. 이런 상태에서 명도책임을 매수자(買受者)에 위임하는 조건으로, 우리는 그 집을 처분할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결국은 농협이 막대한 손실(損失)을 보고 말았다.
그 후, 노부부는 사무실로 수시로 찾아와서 하소연하였지만, 법은 냉혹(冷酷)할 뿐이었다. 당시 채무자의 이름을 지금도 기억하지만, 그가 도피(逃避)하여 나타나지 않으니 한 번도 그를 본 기억이 없다. 참으로 무책임한 사람이었다. 부전동(釜田洞)에 사는 노부부의 사연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분의 딸은 가정이 있는 그 사장(社長)과 동거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불륜인지 강제로 추행(醜行)당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노인의 처지에서는 재산 잃고 자식까지 빼앗겠으니 그 심정(心情)이 오죽하였겠는가,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는 사건이었다.
이관 채권을 관리하다 보면, 가슴 아픈 일도 어처구니가 없는 일도 때로는 보람된 일도 많았다. 채권 관리의 최종단계는 회수(回收)하거나, 상각(償却)하는 길뿐이다. 회수가 안 되면 상각으로 가든지, 아니면 변상(辨償)으로 간다.
상각이냐, 변상이냐? 실은 백지(白紙) 한 장 차이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당사자로서는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 고의(故意)가 인정되면 변상이 따르고, 과실(過失)이면 변상은 면하게 된다. 그것을 판정하는 사람이 검사역(檢査役)이다.
채권 관리부서에서 상각 신청을 올리면, 검사부서에서는 판정한다. 마치 관리부서(管理部署)는 변호사 겸 검찰이고, 검사부서는 판사의 역할(役割)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관리부서에서는 특별한 잘못(고의)이 없다면 거의 상각 쪽으로 서류를 만든다. 그러나 검사역은 변상(辨償)을 염두에 두고 감사를 한다. 서로 마찰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고의냐. 과실이냐? 판정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한번은 각 지점의 채권을 이관받아서 종합적으로 관리하다 보니 채무자(債務者)는 같은 사람인데, 취급 사무소는 세 개 사무소인 경우가 있었다. 직원 이동은 2년이 기본이지만 어떤 경우는 1년 미만이라도 이동하기도 하였기에 이런 현상이 생겼을 것이다.
그런데 취급자 중에서 중간 책임자(차장)가 세 건 모두를 결재한 신용 채권이었다. 당시 일 인당 신용한도는 삼백만 원이었다. 세 개 사무소이니 합계 구백만 원이다. 결국, 담보를 잡고 대출해야 할 채권을 신용으로 분할 한 채권인 셈이다.
한 사무실의 채권이라면 상각이 불가하다. 그러나 소인은 한 건씩 시차를 두고 세 차례에 걸쳐 상각 감사를 올렸다. 그 이유는 상각 여부의 판단 기준은 취급 당시를 봐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니 별 하자가 없이 상각되었다. 물론 취급 당시 고의가 있었다면 별개(別個) 문제다.
이런 경우는 세 건 모두를 같이 올려서 책임을 묻도록 할 수도 있지만, 소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취급자의 선의(善意)를 믿고 그들을 보호하자는 생각에서였다. 종합적(綜合的)으로 관리하지 않았다면 밝히기 어려운 경우이기 때문이다.
*어제와 오늘은 좀 딱딱한 이야기를 했군요. 아마 휴일이라 머리를 좀 식히고자 한 것이니 널리 이해해 주세요. 하하, 2~2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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