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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만나면

자작시

by 웅석봉1 2022. 12. 1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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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만나면>

 

계단을 만나면 난 호흡이 거칠어진다.

 

지하철역에는 계단이 많다.

내리막계단 오르막계단 옆으로 도는 계단

그중에 내리막계단보다 오르막계단이 좋더라

 

오르막계단 오른쪽으로는 에스컬레이터가 움직이고 있다.

그 앞에 사람들의 줄이 길다

나는 줄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비어있는 계단을 오르는 것은 아니다.

계단을 오르면 신바람이 나고 즐겁고

상쾌하고 호흡도 거칠어진다.

 

애인도 그런 애인이 없다.

 

어느 날 오후 퇴근길에 위를 보고 걷는데

왼쪽의 에스컬레이터에 아는 얼굴 하나 보인다.

그는 나를 보지 않고 있다

 

. 이 사람 *태산아!”

, 신공. 어디가? 그래 다음에 보자.

내 전화할게.”

 

지하철에서 계단을 만나면 겁 없이 기어오른다.

습관 된 지 얼마나 되었는지는 기억도 없다.

아마 내가 늙었다고 느낄 때부터인지 모르겠다.

 

계단을 만나면 난 호흡이 거칠어진다.

 

 

<계단을 만나면> 전문.

 

 

*태산은 내가 붙인 그의 별칭이고, 그는 나와 서대문에서 오랜 기간 함께한 친구다. 그 시절에 우리는 그를 김 장군이라고 불렀다. 그만큼 그는 기골이 장대하다. 이 글은 그를 기억(?)하기 위함이었다. 아마 이 글을 본다면 그도 금방 알아볼 것이다.

 

 

(후기)

 

이 시는 현직 시절(2008년 말 퇴직)에 쓴 것인데 202212월에 새로 고쳐 지었다. 퇴직 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고향에서 조그만 집을 지어 살고 있다. 그러다가 20165월에 뇌출혈로 쓰러져 입원하고, 삼십여 일 만에 퇴원했다.

 

위 시에서 보듯이 나는 평소 특별히 하는 운동은 없어도 걷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뇌출혈이라니 한동안 허탈했다. 그렇다고 가족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쓰려져 입원까지 했을까. 생각해본다.

 

건강을 지키려면 음식과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고 의사님들께서는 말한다. 그중에서도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으로 꼽는다. 직장인치고 스트레스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만은 어떻게 푸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그것을 술과 담배로 풀었으니 얼마나 미련한가.

 

술만 마시면 담배는 내 술안주였다. 정작 먹어야 할 안주는 안 먹고 담배만 피웠으니 혈관이며 간이며 심장이며 오장육부가 제대로 살아남겠는가. 그런가 하면 마셨다 하면 말술이요 통음(痛飮)도 하였으니 할 말이 없다.

 

 

지금은 담배는 물론 금연이요 술도 가끔 한잔 정도로 끝낸다. 술이 없으니 사람 사는 것 같지 않아서 걱정이긴 하다. 그래서 친구 만나기가 두렵다. 그래서 친구를 멀리하게 되더라. 그래서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더라. 그러나 사는 것이 즐겁도록 사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놀이 대신 글쓰기로 술 대신 차로. 녹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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