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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망울이고 싶어라

자작시

by 웅석봉1 2022. 12. 1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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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망울이고 싶어라

 

윤중로길 4월엔

길 위에도 나무에도 연분홍 밥풀

바람이 불면,

눈보라 되어 펄펄 나른다.

 

봄비가 오면,

핀 꽃은 취한 나비 되어 맥없이 쓰러지고

꽃 떨어진 가지엔

파란 잎이 칼처럼 돋는다

 

봄비가 오면,

늦은 집 가지 꽃망울은

얼굴이 붉어진다.

붉어진 망울엔

맑은 이슬이 술이 되어 취한다.

 

봄비는

어이하여 꽃보다

꽃망울을 좋아하나니

나도 봄비 따라 언제나

꽃이기보다는

 

꽃망울이고 싶어라.

 

 

후기)

 

4월이면 여의도 윤중로를 걸어보시라.

 

가로수로 심은 벚꽃이 피기 시작할 것이다. 그 길에는 바람도 불고 때로는 비도 내릴 것이다. 만약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불면 핀 벚꽃은 눈처럼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 아직 피지 않은 꽃망울은 꽃 풀이 없다. 그러니 날아갈 그 무엇도 없다. 그러니 꽃보다는 꽃망울이 오래 견디더라. 그러니 꽃보다는 꽃망울이 더 좋더라.

 

나는 그 꽃망울에 앉아서, 비가 오면 꽃망울에 앉아있는 맑은 방울을 술처럼 마시리라. 그리하여 마음껏 취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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