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固執)쟁이 인생
네 자매의 맏이요
처녀 적에는 영민(英敏)한 억척이었고
결혼 후에는 남편 복 없다고 군담 하던 *임촌댁(林村宅)
지금은 텃밭을 가꾸는 *망운당(望雲堂) 마님이라고 하더라
나는 두 아들과 딸 하나를 낳았다
모두 장성하여 장가들고 시집도 보냈다.
딸은 막내인데 지금 나를 모시고 살고
아들 둘은 가끔 나를 찾아서 날아든다.
요즘도 텃밭에서 참깨도 키우고 들깨도 키우고
고추. 가지. 오이도 키우면서 화초도 가꾼다.
키운 작물을 자식들과 아웃에 나누며 살아간다.
그러나 문제는 둘 다 같은 과인 참깨 들깨에 있다.
참깨는 기름이 주목적이지만 들깨는 기름도 좋고 잎도 좋다.
그러나 들깨보다는 참깨를 나는 더 선호한다.
참깨는 들깨보다 키우기도 거두기도 힘든 것은 당연하다고 믿는다.
참깨는 참이고 들깨는 참보다 못한 하급이기 때문이다
들깨는 아무 곳이나 자라지만 참깨는 자리를 가려서 크고,
거둘 때도 들깨는 통째로 털기만 하면 되나, 참깨는 깨알 하나하나를 털어야 하니
참깨가 상급인 것은 확실하다. 기름도 따지고 보면 참기름이나 들기름이나
거기서 거기이긴 하다만, 그런 내 고집을 누가 꺾으랴.
참깨를 말리면서 날아 앉는 비둘기들과 대화를 나눈다.
“비둘기야, 비둘기야. 쪼매만 묵고 가거라.
니도 묵고, 나도 묵어야재
관세음보살, 나무 관세음보살”
한편 나는 요즘 몸이 많이 쑤신다.
쑤신다는 것은 담이 붙는다는 다른 말이다.
담이 붙는다는 것은 그만큼 근육이 없다는 것이고
뼈가 약하다는 말이다.
구순이 내일이니 어디 성한 곳이 있을까만은
왠지 그 말이 아들딸의 잘못으로 다가온 듯하다.
하여, 때로는 일 나가는 내 손을 부여잡고 일 그만하시라고
사정도 해 보지만 나는 들을 수 없다. 늘어나는 내 고집을 누가 막으랴
몸을 괴롭혀야 건강한 것은 만고의 진리를 나는 금과옥조로 믿는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씀이라고 아들딸들은 고개를 꺼덕거린다.
그래서 이후로는 일 그만하시란 말보다 “노모님 알아서 하세요”가
요즘 자식들의 이구동성이다. 이웃한 두 동생과 그렇게 살련다.
*임촌댁은 나의 택호.
*망운당은 큰아들이 퇴직 후 마련한 안식처이자 나의 당호.
*후기
그런 망운당께서 올여름에 코로나를 거치시더니 기력이 떨어진 모양이다. 하긴 연세가 있으시니 어쩌면 당연하다만, 사위 며느리들 눈치도 살피고 “할매은 바보야. 할매는 바보야”를 연상 입에 달고 다니신다.
매일 드시는 혈압약도 제 시간을 못 챙기시고 항상 딸의 도움을 받는다. 그것이 안타깝다. 그러나 지금도 지팡이 없이 걷는 모습은 보기 좋다. 오래오래 건강한 모습으로 사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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