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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삼촌

자작시

by 웅석봉1 2022. 11. 2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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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삼촌

 

암인 줄도 모르고 사신지 7, 암으로 살아 온 지 2.

그보다 먼저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내 병간호로 5.

 

젊어서는 부모 공양으로

나이 들어서는 아들 여섯 키우기에 등골이 빠진 할아버지.

 

오늘 찾아뵈니 아직은 저승사자 그림자는 오지 않았다.

9년 전 초기 진단은 그저 오기 진단이기를.

 

그런데 노부부 사시는 모습 오늘 보니 보기가 그렇더라

반듯한 본채는 고향 지키는 아들 내외에 넘기고

컴컴한 아래채에서 부부 함께 끓여 먹고 사는 모습.

 

게다가 늙은 아내 하시는 말씀, 목에 걸린다.

밥맛이 없을 때는 입맛으로 먹으면 되는 나이 때야 무슨 걱정

 

물도 안 넘어가는데 산해진미 다 무엇 하리

그때 내 손맛이 담긴 솜씨가 효험이 있더라.

촌 된장에 멸치 한 줌 넣고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인 된장국이

목구멍을 틔우더라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그 손맛

그것이 암을 이기고 있구나.

 

그걸 생각하니 보기 좋고 싫고보다는

아들 며느리 손자들 보다는

병들고 늙어도 아내가 보약이지

 

6개월 넘기지 못할 거라는 그 의술

아내 정을 미처 몰랐을 기라

 

오늘처럼 비 오는 봄날, 있는 아내 나보다 오래 사는 사람 되어 주시라

복을 빌려 어디로 갈까나.

 

-2015년 봄날, 삼촌 댁을 방문하고-

 

*후기

 

그 후 삼촌은 2년을 더 사시다가 별세하시고(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고향(경남 산청) 지키는 아들은 새집 지어 이사했다가 새집은 전세 놓고

 

지금은 본채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어머님(80대 중반) 모시고 살고 있더라.

 

202211월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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