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
6월 중순에
밤나무 숲으로 가보라
향기가 진동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달콤함 같은 것
퀴퀴함 같은 것, 매캐함 같은 것
아니 표현키 어려운 색향(色香) 같은 것.
밤나무 가지 위를 보시라
꽃이 흐느적거리고 있을 것이다.
그 꽃은 꽃이라기보다도 하나의
기다란 생물 같은 것,
그리 고는 땅 위를 보시라
떨어진 꽃은 이미 꽃이 아니라
기다란 허물 거리는 낙엽 같은 것
막 잠을 잔 누에 같은 것
그러나 허물이 자라서
나중에는 밤송이가 되고 밤알이 되어
우리의 식탁에 오를 것이니……
그리하여 우리의 건강을 지킬 것이니……
*사족
요즘 오전에 산책을 나선다. 내가 나름 지은 이름이 오봉산이다. 봉우리가 다섯이라 붙인 이름이다. 그곳은 밤나무가 듬성듬성 서 있는 야산이다.
밤나무 밑을 지나치는데 향기가 보통이 아니다. 향긋하기도 하고 약간 퀴퀴하기도 하고 아무튼 기분이 나쁘진 않다.
밤의 효능은 많지만, 하루에 밤 세 톨이면 만병이 달아난다니 더 무얼 말하리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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