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철수 작가의 <해중성(海中城)을 노래하다>
남해바다 푸른 파도 위에 떠 있는 성(城)이 있다.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위용을 자랑하는 성, 이름하여 바다의 금강산(金剛山), 해금강(海金剛)이다. 이름에 걸맞게 우리나라 *명승(名勝) 제2호다. *(71년 3월 23일 문화재청 지정)
해금강은 태곳적 창조주(創造主)가 축조한 견고한 성(城)이다. 성은 난공불락(難攻不落)의 바위 성이다. 창조주의 섭리에 따라 축조된 성이기에 허술한 구석이 없다. 자연재해의 침범에 완벽한 방어 시스템을 원천적으로 구축하고 있지 않을까.
성(城)은 외적의 침입이나 자연적인 재해로부터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施設)이다. 거제도 남부면 갈곶 마을의 남쪽 500m 해상에 펼쳐진 성은 화려하다. 성(城)은 억겁(億劫)의 세월을 이고 찬연히 버티어왔다. 험난한 태풍의 침입과 온갖 풍상(風霜)을 견디어내었다.
성의 임무는 예사롭지 않다. 한반도의 정기(精氣)가 남쪽으로 모여들어 절정(絶頂)을 이룬 곳 거제(巨濟), 그 절정의 최남단에 해금강이 그 정기를 지키고 있다. 해금강, 국토의 정기를 보호하는 바다 위의 성이 아니랴!
아침이면 장엄하고 낮에는 빛나고, 저녁은 환상이다. 해금강, 어김없이 대양(大洋)에서 솟아오르는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하는가, 떠오르는 태양의 황금빛 햇살이 사자바위와 천년송(千年松) 사이로 비치면 눈부시다.
낮에는 쪽빛 바다에 투영된 빛으로 성벽(城壁)이 빛난다.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는 해금강의 석벽이다. 저녁노을이 물드는 즈음의 해금강은 환상이다. 은은한 파스텔 톤의 중후한 색채(色彩)가 뚜렷하게 각인되는 시간이 아닌가.
은하수의 별 무리가 길게 하늘을 수놓을 때, 밤바다의 전설이 익어간다. 몽환적(夢幻的)인 시그리의 아름다운 띠가 해금강을 둘러싸고 빛을 발한다. 석벽(石壁)이 꿈꾸는 은밀한 시간에는 전설을 잉태(孕胎)하는지도 모른다.
밤바다가 어선의 집어등(集魚燈)으로 수평선이 찬란할 때도 이성은 깨어있지 않을까, 별빛만 쏟아지는 그믐밤에도 깨어있지 싶다. 남쪽을 지키는 보루(堡壘)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랴.
해금강은 신비롭다. 남쪽 바다 쪽에서 쳐다보면 백악(白堊)의 절벽이 들쭉날쭉 솟아있다. 정작 가까이 다가가서 쳐다보면 다르다. 석조의 성벽은 형용하기 어려운 색조(色調)의 성벽으로 축조된 게 아닌가.
영원한 시간 속에 성벽은 미완으로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성벽에 조각된 작품은 하나같이 걸작품(傑作品)이다. 창조주의 솜씨를 누가 따르랴. 전설을 머금은 성, 접근이 쉽지 않을뿐더러 속살을, 보여주기를 꺼려서 희소가치(稀少價値)가 돋보이는 성이지 싶다. 찾아오는 사람마다 신비한 여운을 안겨주는 해금강은 언제나 푸른 미소로 반긴다.
성(城)은 웅장하다. 그렇다고 화려하거나 요란스럽지도 않다. 천연의 색조와 바다 위에 버티고 선 웅장한 성채가 여느 성과는 비교할 수 없는 범접하지 못할 위엄이 있다.
해중성(海中城)은 생명의 보고다. 가파른 바위 위에는 야생의 동, 식물들이 풍성한 생명을 이어간다. 풍란(風蘭)과 석란(石蘭)이 귀한 족보를 이어가고 있다. 해풍에 버티고 단련된 해송은 분재 그 자체다.
성의 밤바다는 환상(幻想)의 극치(極致)다. 파도는 시그리를, 생성하여 해금강의 테두리를 빛낸다. 소라, 전복, 고동의 키 재기가 밤바다에 분주하다. 색색 가지 해초들은 신비한 율동으로 춤을 춘다.
바다는 파도의 선율을 기억하고 있기라도 하듯 들리듯 말 듯 가락을 읊조린다. 수많은 생명체가 기지개를 켜고 물살을 희롱(戲弄)한다. 생명의 환희(歡喜)가 분출되는 해금강의 밤바다는 서정의 극치가 아니랴!
나는 해금강을 사랑하고 자랑한다. 우리 집 거실 탁자 위에는 에메랄드 색깔의 바다 위에 떠 있는 해금강 사진(寫眞)이 한 장 있다. 오래된 사진이다. 내 마음에, 고향(故鄕)이 언제나 함께 있다는 증거다.
-중략-
인생의 근원적인 그리움이 촉촉하게 묻어나는 곳, 해금강이 아니랴! 억겁(億劫)의 세월에 깎이고 다듬어진 성은 심신을 쇄락(灑落)하게 한다. 해금강을 바라다볼라치면 평화롭다. 어떤 불화도 감히 끼어들 수 없는 평강(平康)이 찾아온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편안해지는 기운, 어쩌면 이 바위 성(城)의 맥박이고 숨결인지도 모른다. 바라보고 있는 동안 날 섰던 회오(悔悟)도 불안(不安)도 서서히 파도 속으로 스러진다.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해금강, 신비로운 푸른 심연(深淵) 속에 뿌리를 내린 절경(絶景)이 시나브로 떠오른다.
해금강! 푸른 웃음으로 언제까지나 바다 위에 환상의 성채(城砦)로 남아있기를 염원(念願)한다. 가슴 시리도록 시원하게 다가오는 바다 위의 성, 감싸고 도는 푸른 물결의 잔영(殘影)이 가슴을 적신다. 그래, 나는 고향을 사랑한다. 그중에서도 신비한, 이 해중성(海中城)을 더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end-
*작가 소개
김철수(金哲洙, 1949~현재) 작가는 경남 거제시 하청면 대곡리 45, 황덕도(黃德島)에서 출생하여, 농협 거제시 지부장과 여의도 지점장, NH투자증권 전무이사를 역임하고, 재경 거제시 향우회 회장, 서울 등촌 교회 장로로 재직 중이며, 거제 수필 문학회 회원이고,
계간 수필문예지 『에세이 포레』 등단하여, 수필집 《바다의 노래》(2016), 《절규》(2017), 《숭어, 하늘을 날다》(2020), 그 외 다수의 공동 시집 등의 저서가 있다.
지금 서울과 고향 거제를 오가며 작품활동과 농사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김 작가는 섬 출신으로 섬과 수산물에 대한 애정이 작품 속에 녹아있는 농어촌 작가임이 분명하다.
한편, 작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의 생활인이라 무신론자들을 부럽게 한다. 언제나 바다를 믿고 바다를 노래하는 작가,……, 작가님의 건강과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이 글은 《숭어, 하늘을 날다》라는 수필집에 있는 글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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