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숭어, 하늘을 날다>
누구나 삶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보석처럼 빛나는 유년의 추억은 순수로 채색한 동화가 아니랴. 푸른 바다를 헤치고 숭어가 하늘을 나는 신비한 모습, 귀향을 꿈꾼 내게 동경(憧憬)의 표상이다.
추억의 편린(片鱗) 속에 켜켜이 접어둔, 동화를 펼친다. 남녘 괭이 바다 한 자락에 홀로 떠 있는 섬, 황덕도 바닷가다. 햇볕이 포근한 화사한 봄날이었다. 황금색 태양 빛을 받은 수면(水面)은 수천 개의 조각으로 반짝거렸다.
녀석은 물 밖으로 뛰어올랐다. 솟아오르는 녀석의 준수한 모습이 눈부셨다. 푸른 바다의 표면을 수놓은 윤슬의 장막을 뚫고 솟아오르는 숭어는 환상, 그 자체였다. 물수제비를 뜨던 우리는 합창했다. 숭어가 뛰어오를 때마다
“할배 반찬 ……, 할매 반찬 ……, 아부지 반찬……, 옴마 반찬……”
네 번을 뛰고는 대기와 바다 사이의 찬란한 윤슬 장막을 날카롭게 찢으며 바닷속으로 숨었다. 헛된 기대를 봉돌처럼 매단 채 물거품을 게워 내는 바다는 침묵했다.
다대(多大) 포구는 숭어가 회귀(回歸)하는 곳이다. 다대(多大)는 다송대해(多松大海)라는 원래 이름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포구 양쪽으로 흰 등대, 빨간 등대가 수문장처럼 버티고 있다.
출항의 뱃고동 소리에 잠을 깨는 하얀 등대는 희망, 입항을 유도하는 빨강 등대는 안식의 상징이지 싶다. 밤이면, 초록 빛과 빨강 빛 등댓불이 13초마다 되돌아 점멸하는 아름다운 포구다.
-중략-
바닷물이 짠 이유를 알 것 같다. 수많은 물고기의 눈물 때문일게다. 생존의 본능. 종족 보존의 본능이 좌절된다. 포획되는 순간, 절망의 크기를 측량할 수 있으랴. 구항 물고기로 알려진 숭어, 그들이 다대 포구를 잊지 못해 회귀하지만, 상당수가 이렇게 잡힌다.
-중략-
숭어의 귀향이 험난할진대, 나의 귀향을 톺아 사유해 본다. 수구초심, 본능의 슬픈 발로지 싶다. 생명을 향유 한 누구에게나 숙명처럼 어두움이 다가온다. 황혼 녘을 감지한 자아는 고향을 그리워한다. 숭어에게는 하늘을 나는 능력이라도 있으련만 내게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언제나 바다를 믿는다. 생명을 잉태하고 번성케 하는 힘, 그래서 희망의 바다가 아니랴. 다대포구, 생명 순환의 보금자리 중에 하나다. 숭어가 생존의 환희로 충만하여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다. 차원을 초월하는 비상(飛翔)을……, 끝)
*사족
눈물은 왜 짠가?
강화도 시인 함민복(咸敏復, 1962~현재, 충북 중원군 노은면 출생)은 그의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2014년 책이 있는 풍경)라는 산문집에서
<가난한 어머니와 여름철 설렁탕 두 그릇 시켜놓고 소금 때문에 국이 너무 짜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는데, 식당 주인은 알겠다는 듯 눈치를 채고 국물을 투가리에 가득 부어 주었다는데, 시인은 일순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눈물은 왜 짠가.>
가난에 찌들어진 인간의 슬픈 눈물이 짜기 때문에, 바다에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수많은 물고기가 바다에 뒤범벅이 되어 있기에 억울한 물고기의 눈물이 짜기 때문에, 바닷물이 짜진 것이리라고 하니, 그럴듯하다. 어허허.
*작가 소개
김철수(金哲洙, 1949~현재) 작가는 경남 거제시 하청면 대곡리 황덕도(黃德島)에서 출생하여, 농협 거제시 지부장과 여의도 지점장, NH투자증권 전무이사를 역임하고, 거제시 향인회 회장, 서울 등촌 교회 장로로 재직 중이며,
수필집 《바다의 노래》(2016, 도서 출판 에세이 포레), 《절규》(2017, 도서 출판 다니엘), 그 외 다수의 공동 시집이 있다.
지금 서울과 고향 거제를 오가며 작품활동과 농사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김 작가는 섬 출신으로 섬과 수산물에 대한 애정이 작품 속에 녹아있는 농어촌 작가임이 분명하다. 언제나 바다를 믿는 작가, 작가님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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