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술을 마실 때는, 내 나름대로 정한 기준이 있다. 첫째는 청탁불문(淸濁不問)이다. 술 종류 이야긴데, 탁한 술인 막걸리를 비롯하여 맑은 술인 소주, 맥주, 청주, 양주 등등을 가리지 않고 마시자는 사상(思想?)이다.
두 번째는 원근불문(遠近不問)이다. 멀거나 가깝거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지인이나 친구가 부르면, 지구 끝 어디라도 달려가서 함께 마시자는 사상이고, 세 번째는 생사불문(生死不問)이다. 술을 같이 마실 때는 1차, 2차 3차 등 차수를 불문하고 죽고 사는 문제까지를 초월(超越)하자는 사상이다.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위대하다. 으하하!
그렇게 수십 년간을 이렇게 마셔 왔으니, 혈관이며 간이며 폐며 심지어 뼈까지 남아 남겠는가! 혈관은 너덜너덜 떨어져 걸레가 되었을 것이고, 간(肝)은 찌들어 장아찌가 되었을 것이며, 폐(肺)는 씽씽 바람이 들어 스펀지(sponge)가 되었을 것이요, 뼈(骨)는 숭숭 녹아 문드러져 솜사탕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온 만신이 쑤시고 아프고 만병(萬病)의 잡균(雜菌)들이 제집처럼 들락거렸을 것이다. 그래서 정신을 차려 보지만 이미 때는 늦어도 한참 늦었다.
나는 1951년 6월 태어나서, 1970년 3월 취업(就業)하여 2,008년 12월 말일 자로 은퇴(隱退)하였으니 만 38년 10개월(군 생활 포함)을 봉직하였다.
그 후 2012년 4월에 서울에서 살던 아파트를 처분(處分)하고, 그동안 저축한 돈과 퇴직금(退職金) 등을 보태서, 노후 인생을 보람 있고 즐겁고 멋있게 보내려고 고향(故鄕)에 작고 아담한 집 한 채를 지었다. 그야말로 전원생활(田園生活)을 꿈꾸었다.
그러고는 전답(田畓)을 사서 밭도 일구고 과일나무도 심고 예쁜 화초(花草)도 가꾸면서 좋은 경치를 찾아 나서는데, 해외(海外)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못해 못가도, 제주도를 비롯한 국내(國內) 각지로 여행(旅行)도 다니면서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2016년 초봄에 갑자기 풍(風, 뇌출혈)이라는 병마(病魔)가 덮쳐서 머리에 대수술(大手術)을 받고, 가족 특히 아내의 도움으로 휠체어를 타면서 재활치료(再活治療)를 받으며, 약 2개월이라는 기간을 병원 신세를 지고 나니 인생(人生) 헛살았다는 생각이 가슴을 차고 오르더라. 흑흑흑.
그 후 살아가면서 건강을 챙긴답시고 음식(飮食)도 가려먹고, 하루 일만(一萬) 보(步)씩도 꼬박꼬박 걸으면서, 세월이 한 8~9년쯤 흐르니 하체 근력을 비롯하여 대부분은 정상(定常)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아직 두 가지 정도가 부족하다. 운전(運轉)과 허리 근력(筋力)은 여의치 못하였다.
자동차(自動車)는 아주 편리한 문명의 이기(利器)이기는 하다만, 한편으로 움직이는 흉기(凶器)다. 운전은 나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차가 나를 치고받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아주 위험한 행위(行爲)로, 나와 세상 사람들의 생명을 위해 심약(心弱)한 나로서는 운전은 자신이 없다. 그래서 손 떼기로 했다. 아니 이미 손을 떼었다.
또 하나 허리가 자꾸만 굽어진다. 내 딴에는 허리를 펴고 걷는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자꾸만 굽어진다고 하니. 문제는 근력(筋力)이라는 생각이다. 근육의 힘을 올리려면 운동이 필요한데, 어떤 운동을 어떻게? 으흐흐, ……아무튼 헬스장이건 무조건 개발(開發)하자. 으라차차!
요즘도 나들이 운전은 그래도 나보다는 월등한, 심신(心身)이 온전(穩全)한, 어부인(어질어 빠진 또는 어렵고 까칠한 또는 어머니처럼 자상한)의 신세(身世)를 지고 있다.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후회막급(後悔莫及)이지만, 이제부터라도 정신(精神)을 가다듬자는 마음으로 이렇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다.
온 천하의 젊은이들이여! 나처럼 늙어서 후회(後悔)하지 마시라, 젊음은 평생 간다고 생각하지도 마시라. 살아보니 눈 한번 깜빡거리는 순간(瞬間)에 다 가더라. 그러니 젊을 때부터 건강(健康)을 챙기라고 강조하고 싶다.
역시 옛사람이 말한 말씀이 생각난다. 재물(財物)을 잃으면 아무것도 잃은 것이 아니요, 명예(名譽)를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전부(全部)를 잃은 것이라고. 명심(銘心)하고 감사하면서 여생(餘生)을 살아가련다. 2~2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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