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다면
당신은 인생을 살면서 후회(後悔)해 본 적이 있는가? 없다면 당신(當身)은 참 잘 산 인생일 것이요, 있다고 해도 잘못 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후회 그 자체가 잘못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한두 번쯤은 후회해 본 경험(經驗)이 있겠기에 하는 말이다.
나는 농촌(農村)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초등(初等)과 중등(中等)을 졸업하고, 고등(高等)은 부산으로 유학<(遊學, 외국으로의 유학(留學)은 아니고)> 와서 청춘 학업을 일단 마쳤다. 그런 후에 은행(銀行)에 취업하여 평생을 천직(天職)으로 알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어찌 보면,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세상 물정을 모르는 천치(天癡)였다.
그런 내가 이제는 세월이 흘러 종심소욕(從心所欲) 불유구(不踰矩)의 나이를 훌쩍 넘기고 보니, 후회되는 것이 몇 가지가 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여기 옮겨 내 삶을 반추(反芻)코자 한다.
나는 원래부터 몸은 왜소(矮小)하고 연약(軟弱)하였지만, 술에는 강했고 또한 남달리 술을 좋아했다. 내가 처음 술을 접한 것은 중등(中等) 시절이었다. 중등 2학년 요즘처럼 늦봄 어느 날, 어머니께서 집에 양식이 없어서 이웃의 제삿날에 막걸리를 짜내고 남은 지게미<조박(糟粕), 또는 주박(酒粕)>를 얻어서 그걸 사카린을 조금 타서 먹고는 학교에 간 일이 있었다.
급우(級友)들이 내 얼굴을 보더니 왜 그렇게 발그레하냐고 놀리던 기억(記憶)이 난다. 나는 가난이 부끄러워서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숨어 들어가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술 접속(接續)은 이후 고등(高等) 시절에도 간간(間間)이 이어졌고, 직장(職場) 생활에서는 본격적으로 심취(心醉)하게 되었다.
한편, 나의 담배 이력은 고등 시절, 학교 정문 모퉁이의 구멍가게에서 산 가치담배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술과 거의 맥(脈)을 같이하고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술(맥주) 한 병 가격이나 담배 한 갑 가격(價格)이 서로 엇비슷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 가치 효능(效能) 면에서는 담배가 훨씬 상위에 있다. 술 한 병은 친구들과 나누어 한자리에 홀짝 하고 다 마시면 그만이지만, 담배는 한 갑이 스무 개비라 그렇게 홀짝이 아니라 호락호락하지도 않았다. 한 개비씩 쉬엄쉬엄 풀어내면 심심풀이로 제격이었다. 그래서 효율(效率) 면에서도 술보다 담배가 상위에 있다는 것을 터득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술을 즐기는 사람은 아시겠지만, 마셔보면 그 알딸딸한 기분(氣分)을 어떻게 표현하리오, 마셔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특히 빈속의 술은 참말로 마셔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맛을 죽었다 깨어나도 터득하지 못할 것이다. 담배도 처음에는 술과 비슷하여 머리가 빙글빙글 돌면서 알딸딸한 기분이 있다.
담배에 이력(履歷)이 붙으면 처음보다는 덜 하겠지만 기분만은 남는다. 그래서 담배가 기호식품(嗜好食品)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술을 마시면 담배는 왜 그렇게 당기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술과 담배는 바늘과 실과 같은 것이었다.
사람들은 술 마시기 전에 기름진 안주(按酒)부터 가득 먹어두라 하지만, 그러면 술맛이 없다. 술은 빈속에 마셔야 제맛이다. 마시면서 안주 대신 피우는 담배 맛은 가히 꿀맛이었다. 그런 생활이 현직(現職)에서 은퇴 이후까지도 계속 이어졌다. 2~1) -계속-
<다시 태어난다면> 2~2 (5) | 2025.05.17 |
---|---|
<산불 유감> (0) | 2025.03.27 |
<금혼식 소고> (7) | 2025.01.02 |
<무병장수 10계명> (3) | 2025.01.01 |
<경기도 살이> 50 (1) | 2024.08.10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