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불>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먼저 불이 붙은 토막은 불씨가 되고
빨리 붙은 장작은 밑불이 되고
늦게 붙은 놈은 마른 놈 곁에
젖은 놈은 나중에 던져져
활활 타는 장작불 같은 거야
몸을 맞대어야 세게 타 오르지
마른 놈은 단단한 놈을 도와야 해
단단한 놈일수록 늦게 붙으나
옮겨붙기만 하면 불의 중심이 되어 탈 거야
그때는 젖은 놈도 타기, 시작하지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몇 개 장작만으로는 불꽃을 만들지 못해
장작은 장작끼리 여러 몸을 맞대지 않으면
절대 불꽃을 피우지 못해
여러 놈이 엉겨 붙지 않으면
쓸모없는 그을음만 날 뿐이야.
죽어서도 잿더미만 클 뿐이야.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백무산 시인의 <장작불> 전문
<어설픈 해설>
마른 놈은 단단한 놈을 도와야 하고, 단단한 놈은 늦게 붙은 놈을 도와야 하고, 늦게 붙은 놈은 젖은 놈을 도와야 하지, 그래야 젖은 놈이 타기 시작하지.
장작은 혼자서는 절대 탈 수가 없지, 장작은 두 개 이상이 어울려야 제대로 불이 되지, 여러 놈이 엉겨 붙지 않으면 쓸모없는 그을음만 날 뿐이지, *시골 부엌에서 군불을 지펴보시라. 혼자서는 탈 수 없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불씨가 되는 장작들은 자신의 에너지를 먼저 내어줌으로써 다른 장작들을 타오르게 하지, 그래야 완전한 불꽃을 낼 수가 있지, 그래야 서로 온기를 나누며 함께 타오를 것이지. 결국 누군가의 시작이 다른 이들의 삶에 불씨가 될 수 있지.
장작은 죽어서도 잿더미만 남을 뿐이지, 그래서 시는 토해 내는 것이지. 우리는 결국 친구, 가족, 이웃과의 더 나아가 온 세상과의 협력이 더 나은 삶,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지. 그래서 이 세상은 장작불 같은 것이지.
*위 시는 『만국의 노동자여』, (청사, 1988), 시집에 수록된 시. 작곡가 백창우(1958~)가 곡을 붙여 노래가 되었다.
<작가 소개>
백무산(본명, 백봉석, 1955~) 시인은 경북 영천시 출신으로 197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하고, 1984년 《민중 시》 1집 「지옥선(地獄船)」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노동해방문학》 편집위원을 지냈으며, 1992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됨. 박노해 등과 함께 1980년대 노동 시를 대표하는 시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시집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는 1988년 말부터 1989년 초까지 약 4개월여에 걸쳐 진행된, 울산 현대중공업 대파업 투쟁을 한편의 완결된 장시로, ‘정치조직을 통한 노동자 계급의 권력 획득’을 선언하고, 노동계급의 투쟁을 직설적으로 노래한 것으로 평가된다.
백무산은 1990년대 이후에도 꾸준한 작품활동을 하면서 자본의 폭력성에 대한 근원적 비판이나 생태 문제 등으로 관심의 폭을 넓혀 나가, 자본의 가치를 넘어선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천착(穿鑿)을 시에 담아내고 있다.
시집으로 『만국의 노동자여』,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 『인간의 시간』, 『길은 광야의 것이다』, 『초심』, 『길 밖의 길』, 『거대한 일상』, 『그 모든 가장자리』, 『폐허를 인양하다』,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가 있으며,
그 외 시선집으로 『그대 없이 저녁은 오고』가 있고, 맹문재(1965~ ), 조정환(1937~ )과 함께 전태일(1948~1970) 열사에 대한 헌시(獻詩) 집인 『완전에 가까운 결단』의 편자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이상문학상. 만해문학상. 아름다운 작가상. 오장환 문학상. 임화 문학상. 대산문학상. 백석문학상 등을 수상함.
《나무위키》 《위키백과》 등을 참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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